내년부터 상속·증여 시 발생하는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바뀌면서 증여 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지금까지는 시가보다 30~50%가량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시가와 근접한 가격지표를 쓴다.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을 5년 이상 보유한 뒤 양도하면 양도 소득세 절감에 도움이 된 이월과세 배제 혜택의 경우 그 기한이 내년부터 10년으로 늘어난다.
연내 증여를 마무리한다면 기존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가표준액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매년 공시하는 가격(공시지가)이다. 시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를, 단독주택은 개별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가격을 활용한다. 주택 가격은 매년 4월 30일, 토지는 매년 5월 31일 공시가 이뤄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지방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이 시가표준액에서 ‘시가인정액’으로 바뀐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이내에 기준일이 있는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공매가액 등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을 뜻한다.
아파트의 경우 유사 매매사례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유사 매매사례가격은 동일 단지에서 해당 자산과 공시가격·전용면적의 차이가 5% 이내인 유사자산의 매매가액을 의미한다.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시 가격이 실거래가격 대비 30~50% 낮은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취득세는 과세표준에 취득세율을 곱해 결정되기 때문에, 과세표준 기준이 시가안정액으로 바뀌면 그만큼 취득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시가가 12억원, 공시 가격이 8억원인 아파트를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올해까지는 공시 가격 8억원에 3.5%를 적용한 2800만원을 취득세로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세부담이 시가인 12억원에 3.5%를 적용한 4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증여할 때보다 50%가량 많은 취득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공시지가가 3억원 이상인 주택은 12%의 세율이 적용돼 그 부담은 더 커진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지역에 따라 시가 하락폭이 큰 경우엔 시가인정액 기준을 도입해도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이월과세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 등을 5년 이내에 양도할 때 양도가액에서 차감하는 취득가액을 증여받은 가액이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 당시 실제 취득 금액으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증여받은 뒤 5년 이후 양도 시 이월과세가 배제돼 증여자의 취득 당시 금액이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으면서 양도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세법개정안 통과로 이 기준이 10년으로 늘어난다.
부동산 증여 계획이 있다면 올해까지 증여를 마무리하는 것이 미래의 양도 계획을 짜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