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선방하는 수도권 경계 지역…비결은 기업 배후 수요

입력 2022-11-06 17:21   수정 2022-11-07 00:13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진입했지만 수도권 경계 지역을 의미하는 이른바 ‘수경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충남 아산과 천안, 충북 충주, 강원 원주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과 인접해 서울 이동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주요 기업을 유치해 고용과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지역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곳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당분간 한국도 대출이자 급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고용과 투자가 집중된 ‘수경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 방어가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배후 덕분에 ‘원정 투자’ 밀물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7~9월 전국에서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충남 아산이다. 이 기간의 매매 총 1026건 가운데 38.6%인 397건이 외지인 거래로 분석됐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경우가 69건(17.3%)으로 집계됐다. 아산시 아파트를 산 외지인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서울 거주자란 얘기다.

충남 천안 서북구 역시 이 기간 전체 1047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6.7%(385건)로 나타났다. 강원 원주도 이 기간 전체 969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29.3%에 해당하는 284건이 외지인 거래로 분석됐다. 충북 충주 또한 이 기간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621건) 중 37.3%(232건)가 외지인 거래였다. 아실 관계자는 “아산과 천안, 충주, 원주 모두 올 3분기에 외지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증가한 상위 지역”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만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이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부동산 시장 하향 조정 전망이 확산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 목적의 자산가가 모두 지갑을 닫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로 지역 경제를 탄탄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기업 배후 수요를 꼽는다. 실제 아산과 천안은 ‘삼성 효과’를 누리는 대표 지역으로 불린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를 포함한 삼성그룹 관계사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아산 사업장에 2025년까지 13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들의 고용과 투자 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충주는 바이오헬스국가산업단지와 충주 드림파크산업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오헬스국가산업단지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사업비만 5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원주에는 한국관광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공원공단 등 13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첨단의료산업단지와 상업·주거·공공시설 등이 갖춰진 원주 기업도시엔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네오바이오텍 등 주요 바이오 업체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공공기관·대기업·협력업체 직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갖춰진 만큼 교통·상권 등 기반시설 조성 속도도 빠른 편이다.
금리 급등기에도 집값 하락 ‘선방’
기업 배후지의 다양한 주택 수요가 발생하고 지역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높게 점쳐지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심마저 매수세 위축으로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역의 선전은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9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월에 비해 0.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천안은 0.56%, 아산은 0.38% 떨어졌다. 충주와 원주는 각각 0.21%, 0.2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외지인과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대형 건설사들도 이들 지역에 공급을 늘리고 있다. GS건설은 아산에 아산자이 그랜드파크 분양을 준비하고 있고, DL이앤씨는 원주에서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을 선보였다. 포스코건설은 천안에 더샵 신부센트라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면 부동산 가치도 덩달아 오르는 게 통상적”이라며 “부동산 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기업 배후가 풍부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하향 조정 국면에서 집값 하락 속도가 더디고, 회복 국면에선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란 설명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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