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 ‘메이드 포 코리아’로 수출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사진)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단순히 해외에 내다 파는 차원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에 유무형의 혜택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도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금융 관료가 아닌 내부 공채 출신으로 지난 7월 사상 첫 수은 행장에 오른 그가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해외 정책금융기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 공적수출기관(ECA)인 오일러 헤르메스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헝가리 현지 공장 증설 사업에 8억달러를 지원했다. 윤 행장은 “독일 정부가 헝가리에 있는 한국 기업에 지원한 이유도 해당 제품이 독일 회사에 납품되고 다시 중국이나 한국으로 수출되는 구조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행장은 두산중공업 사우디아라비아법인이 시행 중인 해수담수화 사업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지사가 수주한 사업으로 지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지사라고 해도 다수의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2~3차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며 “직간접적인 효과가 큰 사업이나 프로젝트 위주로 선정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수은은 외화 조달 및 자산이 많아 환율 상승기엔 가만히 있어도 자기자본비율(BIS)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올해 초 글로벌본드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기 확보한 덕에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증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스텝업(금리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 1% 수준인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보다 (새롭게 대주주가 된) 한화 측과 협의해 경영 정상화 시간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 채권 회수율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인혁/사진=김병언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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