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 박은신(32·사진)은 지난 3월 이 병을 진단받았다. 2010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뒤 한 번도 우승을 거두지 못한 채로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이 컸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운동량을 줄이는 대신 정교함을 가다듬었다. 그 결과 5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데뷔 13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박은신은 첫 승의 감격을 누린 지 169일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6일 경북 구미 골프존카운티 선산CC(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골프존·도레이 오픈(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16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친 김동민(24)을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도 6위(4억4175만원)로 올라섰다. 코리안투어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상금 순위다.
박은신은 첫날 공동 2위에 이어 2라운드 공동선두에 올랐고, 3라운드에 1타차 선두로 나섰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5홀까지 버디가 나오지 않아 황중곤(30)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박은신이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은 6번홀(파5)에서다. 두 번째 샷을 그린 프린지까지 보낸 뒤 퍼터로 이글을 잡아내며 단숨에 2타 차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우승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이번엔 김동민(24)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11번홀과 12번홀(파4) 버디로 2타 차로 좁힌 이동민은 1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했다. 18번홀(파5)에서는 과감한 그린 공략으로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박은신은 밀리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m 거리에 붙이며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은 놓쳤지만 김동민에게 이번 준우승은 값졌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가 88위로 떨어져 80위 이내까지 주는 내년 시드가 불안했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는 맹타로 2위를 차지해 시드 확보에 성공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