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소송 안한다" 조건으로 구조조정 제외…법원 "정리해고 무효"

입력 2022-11-07 09:24   수정 2022-11-07 09:29



회사에 대한 ‘협조 여부’를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을 선정한 것은 부당 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섭대표 노조와 합의가 된 기준이어도, 근로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한다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7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최근 두원정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두원정공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8년 2월 경영악화로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후 교섭대표 노조(다수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와 ‘근로자들이 일부 임금과 상여금을 반납한다’는 내용의 강도 높은 조치에 합의하면서 파산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100만~250만원의 한계임금만을 지급하는 극한 경영 상황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한 소수노조 조합원들은 ‘임금 반납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고소·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는 구조 조정을 결정하고 다수 노조와 △기업회생 협조도 △근태평가 △인사고과점수 등을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기업회생 협조도’는 임금 반납 동의서를 연도별로 세 차례 제출한 직원에게 각 2점씩 최대 6점을 부여하는 식이었다. 이 동의서를 제출하면 회사를 상대로 임금체불 등 소송 제기가 어려워진다.

이 점수를 바탕으로 회사는 다수 노조와 “50명을 무급휴직자로 결정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정리해고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도 체결했다. 결국 끝까지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원고 근로자 35명은 지난해 5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소수노조 근로자들이었다. 결국 근로자들이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제기해 인용되자, 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른 자구책에 동참해 고통 분담에 앞장선 근로자들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회생 협조도’는 합리적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결국 회사가 동의서를 제출받아 체불임금 소송 등 법적 분쟁을 억제하는 동시에 분쟁을 제기한 근로자를 우선 해고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근로자의 임금에 관한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회생 협조도에 배정된 6점도 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무급휴직 대상자 선정이 0.2점 차로 결정된 점을 보면 기업회생 협조도가 핵심적인 기준”이라며 “무급휴직 대상자로 선정된 근로자들도 대부분 다수노조 조합원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면, 결국 법적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소수 노조) 근로자들을 우선 해고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분야 전문가인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회사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합의했어도 그 합리성과 공정성에 관해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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