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큰 형님 편애'…대형주만 잘나가는 증시

입력 2022-11-07 17:41   수정 2022-11-08 00:47

국내 증시의 대형주와 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중화권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대형주로 몰리면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지수는 최근 1개월(10월 7일~11월 7일) 사이 7.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22%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 반면 중형주 지수와 소형주 지수는 이 기간 각각 1.64%, 1.01% 오르는 데 그쳤다. 성장주들이 모인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0.28% 올랐다.

올 상반기 약세장 땐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지수가 상반기 21.1% 하락할 동안 중형주 지수는 16.6%, 소형주 지수는 1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20%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저점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많아진 데다,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반도체, 전기전자주를 사들이고 있어서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0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4822억원, 3조837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노르웨이 국부 펀드, 싱가포르 정부 기금 등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내년 1월까지 대형주 위주 상승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소형주들이 모인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성장주의 투자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업체들은 금리 상승기 때 자금 조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신용위험 등이 좀 더 불거진다면 코스닥 주가는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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