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국 평균 가격이 4개월 만에 10% 넘게 하락했다. 골프 수요 감소,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경기 침체 등 온갖 악재가 더해진 결과다. 업계에선 “당분간 호재는 없고 악재만 기다리고 있는 만큼 하락세의 강도가 세지고,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리·경기침체 악재에 ‘급매’ 늘어
7일 국내 최대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이 공개한 11월 ‘에이스피(ACEPI·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 평균지수는 1217포인트로 집계됐다. 10월(1259포인트)에 비해 42포인트 떨어지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피크를 찍은 7월(1357포인트)에 비하면 4개월 만에 10.3%나 하락했다.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선 건 여름부터였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해외여행 등 대체 수요가 살아나는 데다 금리 상승 여파로 회원권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는 남부CC의 경우 지난 7월 26억2516만원에서 이달 초 22억원으로 4개월 동안 4억원 넘게 빠졌다. 같은 기간 남촌CC도 22억6612만원에서 18억원으로 떨어졌다. 중저가 회원권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1월 2억8500만원을 찍었던 기흥CC는 이달 초 2억500만원으로 28%나 추락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회원권 가격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거래가 많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몸값’을 크게 낮춘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남부CC, 남촌CC 등 초고가 회원권 가격이 떨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올초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3억5000만원 이하 중저가 회원권과 달리 초고가 회원권은 올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 얘기하는 ‘똘똘한 한 채’ 바람이 골프장 회원권으로 옮겨온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초고가 회원권 하락세가 넉 달째 지속되자 침체 장기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가 회원권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은 법인과 고액자산가들이다. 올 들어 시장에 나온 고가 회원권을 쓸어 담은 이들이다. 수도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회원권을 사들인 주체는 대부분 법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내놓는 즉시 팔리던 초고가 회원권이 급매물로 나온다는 건 ‘큰손’인 법인들이 이 시장을 어둡게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고가 매물을 받아주던 법인과 고액자산가들의 움직임이 주춤해지면서 회원권 시장에 신규 투자 수요 유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반등 호재가 안 보인다”
회원권 가격 하락세는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골프 수요 감소, 경기 침체, 금리 인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업계 관계자는 “골프회원권을 사는 이유는 원하는 때 부킹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과 자산가치 상승 등 두 가지”라며 “골프 수요가 줄면 퍼블릭골프장 부킹을 쉽게 할 수 있고, 경기가 침체되면 회원권 시세가 떨어지는데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최고 성수기인 가을에 회원권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골프 이용자가 늘어나는 가을은 회원권 시장에서도 전통적으로 ‘사자’가 ‘팔자’보다 많은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골프 성수기에 전반적인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 본부장은 “연말·연초면 법인 고객들이 회원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현재 경기침체와 가파른 금리 상승 악재로 법인들이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골프 수요가 다시 한번 살아날 내년 봄에나 가격 상승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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