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끈' 외화채 시장, '금간 신뢰' 후폭풍은 여전

입력 2022-11-08 16:17   수정 2022-11-09 09:02

이 기사는 11월 08일 16: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이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외화채 시장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급락했던 외화표시 채권 가격이 회복되고 외화채 발행이 재개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한 번 깨진 신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액면가 100달러인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의 거래 가격은 전날 대비 약 11% 상승한 9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일 72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거래 가격은 97달러,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의 거래 가격은 87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4일 각각 90달러 초반과 80달러 초반에 호가가 형성됐다가 회복되는 추세다.

해외 채권 운용 담당자는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신한은행과 한화생명 등 주요 금융회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가격이 대체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의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으로 한동안 미뤄지던 외화채 발행도 이날 재개됐다. 이날 신한은행은 3년 만기 캥거루본드(호주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프라이싱)을 진행했다. 그 결과 4억 호주달러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사태 이후 첫 외화채 발행인 만큼 해외 투자자의 시각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졌다. 신한은행은 당초 시장 상황을 이유로 발행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전날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키로 하면서 이날 발행을 강행하기로 바꿨다.

다만 조달 금리는 크게 높아졌다. 조달 금리는 최초 제시금리(IPG)로 호주 채권 스왑금리(ASW) 에 1.9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지난 10월 캥거루본드 발행에 도전했던 하나은행이 가산금리로 1.25~1.30%포인트를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주 사이 금리가 약 0.7%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신한은행의 조달 금리는 향후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설 국내 기업의 벤치마크로 활용될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신용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조달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외화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채권 시장에서 가장 핵심은 시장의 신뢰”라며 “늦게라도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지만 이미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흔들린 한국물에 대한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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