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파에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집값이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고 있다. 10억원에 육박했던 집은 6억원이 됐고, 6억원을 넘던 집값도 3억원대가 됐다. 집값 하락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수천만원 손해를 감수한 투매가 나오는가 하면 거래를 체결한 부동산을 불매하는 등 분풀이를 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반송동 '시범한빛마을동탄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10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9억8000만원(15층)에 팔리며 호가가 10억원을 넘었던 곳이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올해 1월만 하더라도 6억4000만원(10층)에 증여성 직거래가 체결되기도 했지만, 금리 인상과 매수 절벽 여파에 더 낮은 가격으로 내려왔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범한빛마을동탄아이파크 전용 84㎡는 6억원대, 시범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전용 59㎡는 4억원부터 매물이 있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을 내리지 않고 버티려 하지만, 소위 '사연 있는 매물'이 계속 쌓여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능동 '동탄숲속마을자연앤데시앙' 전용 59㎡ 역시 1년 만에 집값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5억9800만원(8층)에 팔리며 호가가 6억원에 형성됐었지만, 1년여가 흐른 지난달에는 3억6000만원(1층)에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해 6억1300만원에 거래됐던 산척동 '그린힐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0' 전용 59㎡도 지난달 3억9500만원(8층)에 팔려 3억원대로 주저앉았고 장지동 '동탄호수자이파밀리에' 전용 51㎡도 지난해 12월 6억2800만원(16층)에서 지난달 3억9000만원(11층)으로 하락했다.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은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 매수세가 몰렸던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화성 집값은 2020년 12.74%, 2021년 19.53% 상승했다.
이 기간 화성 주택을 매수한 이는 2020년 2만1036명, 2021년 1만2218명이었다. 이 가운데 각각 35.5%(7486명), 45.2%(5532명)가 2030세대였다. 같은 기간 경기도 주택 매수자 중 2030세대 비중 30.4%, 36.2%를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가 거듭 상승하며 늘어난 대출이자도 영끌족에게는 부담이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374%로 7% 중반에 육박했다. 1년 전 4억원을 연 4%, 30년 만기로 빌렸다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191만원에 그쳤지만 7.3%에서는 274만원으로 훌쩍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수천만원 손해를 감수한 투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시범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전용 59㎡는 4억4900만원(3층)에 팔렸다. 매도자는 이 집을 2020년 5억1000만원에 구매했다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6000만원 넘는 손실을 보며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빨리 처분하고자 처음부터 매수가보다 낮은 4억9000만원에 나왔다가 결국 하락거래된 매물"이라며 "갭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거래를 체결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집주인들의 분풀이가 행해진다는 전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꼭 팔아야 한다는 매도인 사정으로 가격을 낮춰 거래했더니 한동안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진 적이 있다"며 "동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커 급매물은 포털에 노출하지 않고 연락처를 남긴 고객에게만 알린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특정 중개업소를 이용하지 말라고 전광판에 안내한 아파트 단지도 있었다"며 "가뜩이나 거래가 줄어 착잡한데 어렵사리 거래를 성사해도 가두리 업소라고 조리돌림을 당하니 압박을 크게 느낀다"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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