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나섰던 보험사, 금융비용 늘자 '비상'

입력 2022-11-08 17:47   수정 2022-11-09 00:30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의 지급 이자를 포함한 각종 금융비용이 올해 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요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잇달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기 시작한 탓이다. 최근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연기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년 이후에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일부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관련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너도나도 신종자본증권 발행…명암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초 발간한 ‘신제도 도입에 엇갈리는 보험사별 명암’이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올해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관련 금융비용이 8200억원으로 작년(5887억원)보다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본증권이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포괄한 개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5~10년 정도로 짧은 후순위채와 달리 30년 이상 명목 만기에다 이자 미지급 가능성 등 조건이 붙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발행된다. BIS가 1998년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하면서 주로 은행권에서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왔지만 보험업계에서도 2017년 IFRS17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조금씩 발행 물량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을 산정할 때 후순위채는 잔존 만기 5년 이내인 경우 가용자본으로 매년 20% 차감 적용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까지 100% 인정받을 수 있어 금리가 약간 높더라도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2017년 2조원에도 못 미친 발행 잔액은 올해 10조원 이상으로 5배 넘게 늘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증가하면서 관련 금융비용도 불어나는 추세다. 2017년 1524억원에 불과하던 자본증권 금융비용은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도 매년 늘어나 지난해 5000억원을 돌파했고,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한 올 들어선 8000억원 선도 넘어섰다.
“내년 흥국생명 사태 재발 가능성도”
최근 ‘흥국생명 사태’에서 보듯 신용등급이 낮은 보험사는 발행시장 위축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고금리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신용등급 BBB-)이 지난 9월 기존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2017년 발행) 차환을 위해 3억달러 신규 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두 자릿수 금리를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하자 포기하기도 했다.

보험사가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보험금 지급 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장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나이스신용평가가 IFRS17이 도입되는 내년 이후 국내 보험사들의 ‘조달비용 부담률(조달비용/자기자본)’을 추정한 결과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등이 1%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손해보험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 흥국화재도 조달비용 부담률이 0.5%를 초과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금융비용은 신종자본증권 만기까지 지속적으로 보험사 수익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상승 및 자금시장 경색 기조가 이어진다면 흥국생명 사태와 비슷한 일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호기/장현주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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