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실 식구들의 결혼과 약혼은 국가적인 행사였다. 600년 넘게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혼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766년 4월 2일 오스트리아 빈의 호프부르크 왕궁 레오폴트관에서 열린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과 작센 공작 알베르트의 약혼 축하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리스티나 대공은 오스트리아를 근대국가로 이끈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가장 아낀 딸이자 당시 황제였던 요제프 2세의 동생이다. 가로 1.9m, 세로 2.3m에 달하는 이 기록화에서는 축하연의 장대한 규모와 풍부한 세부 묘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당시 빈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화가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1723~1786)가 그렸다.
연회에 참석한 수많은 손님의 중심에 ‘ㄷ’자 모양 테이블이 있다. 요제프 2세 황제 부부가 정중앙에 앉았고, 결혼을 앞둔 신랑과 신부는 가장 왼쪽에 앉았다. 테레지아 여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5개월 전 세상을 떠난 남편 프란츠 1세 황제의 애도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