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공개 석상에서 경찰을 강하게 질책하자 야당은 “정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경찰에만 떠넘기고 있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 진상 규명, 후 책임자 문책’이라는 정부 입장을 거들고는 있지만, 내부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경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경 탓했던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여론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제 이상민 장관이 사퇴 의사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결국은 모든 책임을 경찰에 떠넘기고 정권 핵심 인사는 지키려 한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제가 같이 이야기해보고 그랬는데 이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는 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의 사퇴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김 실장은 “지금은 조사, 원인 규명, 수습 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 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냐”고 호소했다. 그는 ‘성수대교 붕괴 등 과거 참사 땐 내무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이 사퇴한 사례가 있다’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세월호 때 보면 그 당시 해수부 장관께서는 (사태를) 다 수습하고 8개월 뒤 사퇴했다”고 맞섰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청장 등 경찰 책임론도 부각됐다. 장동혁 의원은 “만약 137명의 경찰 병력만 제대로 지휘하고 재배치했더라도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며 “용산서장은 남의 일처럼 옥상에서 우리 시민이 죽어가는 현장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도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길만 터줬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정도 큰 참사에서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재발방지책(마련)이 더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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