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8일 공개한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를 만들어내는 미래형 화면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그간 전자·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연구개발(R&D)해온 폴더블·롤러블·슬라이더블 형태가 모두 가능하고 신축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스트레처블 국책과제 1단계 성과공유회’에서 고해상도를 구현한 12인치 풀컬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워 피부나 의류 등 굴곡진 면에도 접착할 수 있는 데다 늘이기·접기·비틀기 등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변형 가능하다. 업계에서 ‘프리폼(free-form) 디스플레이’로 통한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시제품 연신율이 20%선으로 12인치 화면을 좌우로 잡아당겨 14인치까지 늘릴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면서도 적색·녹색·청색(RGB) 풀컬러 동시 구현과 일반 모니터 수준의 고해상도(100ppi·인치당 픽셀 수를 나타내는 단위) 확보에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에도 여러 업체들이 접거나(폴더블) 휘어지는(플렉시블) 형태, 돌돌 말거나(롤러블) 미는(슬라이더블)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해왔지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이들 형태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실제 제품으로 구현될 경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경닷컴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입수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영상을 보면 올록볼록한 버튼이 솟아나는 형태까지 포함해 자유자재로 디스플레이 형태 제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가 부착되는 소재가 제한적이란 현실적 문제가 남아있지만, 갤럭시Z플립·폴드 시리즈 등 이미 폴더블폰이 시중에 판매되는 폴더블 형태는 물론이고 원리상 유사한 롤러블과 슬라이더블 형태 역시 현재도 제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 소재를 채택하고 배선 구조를 변경해 유연성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포인트.
LG디스플레이는 콘택트렌즈에 쓰이는 특수 실리콘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난 필름 형태 기판을 개발했다. 4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발광원을 사용해 외부 충격에도 화질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했다. 기존의 직선 형태 배선 구조를 S자 스프링 형태로 바꾸는 등 설계 최적화를 반복해 구부리거나 접어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2020년 ‘전장 및 스마트기기용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주관 기업으로 선정된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산학연 기관들과 공동 R&D를 통해 이번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국책과제가 완료되는 2024년까지 완성도를 높여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떨어졌던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이날 전일보다 8%가량 껑충 뛰어 1만4000원대를 회복했다.
고난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반 기술 확보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스트레처블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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