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에 서포터즈까지' 질보다 양에 빠진 대학생 대외활동···과연 취업에 도움 될까?

입력 2022-11-09 10:07   수정 2022-11-09 10:09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서진 대학생 기자] 대학생 김예린(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1)씨는 이번 학기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기 중 대외활동을 병행하면서 할 일이 훌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주 이어지는 회의와 봉사활동에 김 씨는 쉴 새 없이 바쁘다. 활동이 주로 주말과 공휴일에 있어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일마저 녹록치 않다. 김 씨는 “공부 시간을 쪼개고, 주말이나 여가 없이 대외활동을 하는데, 피로는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도 몰려왔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업과 대외활동 등 학업 외 활동의 병행이 일반화되고 있다. 학점 관리 및 각종 자격증 취득, 대외활동에 이르기까지 ‘취준(취업준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대학생들이 해야 할 일 역시 많아지고 있다.

대학생 68.3% “졸업 전 대외활동 참여는 필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2월에 발표한 ‘2022 대학생 대외활동 참여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운영된 대외활동은 모두 3,817개로 확인됐다. 2020년 3,038개와 비교했을 때 1년 사이 700개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졸업하기 전 대외활동을 꼭 한 번은 해봐야 한다’고 답변한 대학생 역시 전체 응답자 중 68.3%에 달했다.





대외활동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중압감도 무게를 더했다. 한경잡앤조이에서는 2020년~2022년 대외활동 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0월 한 달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외활동이 부담되는지를 물은 질문에 응답자의 88.6%가 “대외활동을 하며 부담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 ㄱ씨는 “학교생활만으로 벅찬데 대외활동까지 챙겨야 하니 휴학을 고민할 정도로 시간적 부담이 많이 된다”고 덧붙였다. ㄱ씨를 비롯한 학생 대부분이 학업 스케줄과 대외활동을 병행하고 과중한 활동량을 소화하는 것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취업 시 대외활동이 선택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영향으로 부담을 안고도 대외활동 참여를 이어갔다. 홍세연(이화여대 국제학부·4) 씨는 “활동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대외활동도 필수적인 것만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이 뭔지 대학생 입장에서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들 다 하니까…” 뒤처질까 걱정에 대외활동 참여
그렇다면 왜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에 집중하는 걸까. 대학생 ㄴ씨는 “주변에서 다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혼자 아무것도 안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홍 씨 역시 ‘다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대외활동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짚은 것은 취업 준비에서 남들보다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우려 끝에 등 떠밀리듯 대외활동 참여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대학생 김은지(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3) 씨가 대외활동을 알아보고 있다.

높아진 취업 문턱도 한몫했다. 김예린 씨는 “자기소개서에 적을 항목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자 억지로 대외활동에 참여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취업난 속 고학점, 어학 능력 등 다양한 경력을 이미 갖춘 또래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커지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단지 ‘스펙’을 보충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보다 ‘취업’ 도움 여부가 우선, 의미 흐려진 대외활동
“정말 하고 싶은 활동이어도 이게 과연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활동인지,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철저하게 계산하게 돼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전공 및 희망 진로와 무관한 대외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7.1%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이 학교 밖 사회 경험을 통해 다양한 흥미를 갖게끔 돕는 대외활동의 본래 취지는 이미 퇴색된 상태였다. “좋은 기업에 좋은 자기소개서를 내기 위해 또다시 대외활동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대학생 ㄷ씨의 말처럼,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 참여가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잇따라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편, 대외활동 참여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하은(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1) 씨는 “대외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회에 진출하기 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수민(이화여대 한국음악과·3) 씨 또한 “(기업 측에서) 대외활동과 같이 학업, 학력 외의 스펙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대외활동, 취업에 도움될까
그렇다면 취업 과정에서 대외활동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취업 전문가들은 대외활동 경험의 유무와 그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채용하는 입장에서, 대학생들의 대외활동 경험이 취업과 바로미터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외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경험과 직무, 스스로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가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 ㄹ씨는 “대외활동 그 자체의 내용보다 대학생 개인에게 의미화되는 바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ㄹ씨에 따르면, 대외활동 경력이 채용 과정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해당 대외활동에 참여한 목적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진로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취업을 목적으로 도장 깨듯이 대외활동이 참여하는 행태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지원자의 성향이나 태도, 역량에 대한 파악은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생활 등 다른 영역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외활동이 취업 시 필수 요소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직무가 본인에게 잘 맞을지, 스스로에 대해 파악하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탐색하는 도구로 대외활동을 활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공공부문 채용 담당자 ㅁ씨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현재 공공부문에서의 채용은 블라인드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 지원자의 과거 문제 해결 경험과 그에 기반한 적절한 답변이 주된 평가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다. 여기서 대외활동은 다양한 ‘경험’ 중 하나의 갈래가 될 수는 있으나, 대학생들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ㅁ씨는 “대외활동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 즉 실제로 어떤 과업을 수행했으며 어떤 구체적 성과를 성취했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이를 해소한 방식 등을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대외활동에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는 표면적인 결과보다는 대외활동을 통해 경험한 내용에 대한 대학생 본인의 구조적 분석과 성찰이 수반돼야 한다.

이어 “정부 기관,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대외활동이나 행사 참여는 공공부문의 업무나 가치, 조직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참여를 장려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 ‘옴스잡스’ 운영자이자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의 저자 옴스 씨는 “대외활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그 목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며 이전의 취지와는 괴리가 생긴 상황을 지적했다. 그 역시 많은 대외활동 경험이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대외활동의 개수를 최대한 많이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본인의 관심이 꾸준하게 잘 이어져 왔음을 보여줄 수 있는 양질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력을 깔끔하고 명확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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