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면 잘린다"?…美에 드리운 '화이트칼라 불황'

입력 2022-11-09 16:22   수정 2022-11-09 16:31


미국이 '화이트칼라(중간 사무직 근로자)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기업들이 경기침체 국면에서 화이트칼라 직원들부터 자르기 시작하면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월가의 전설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미 지난 6월 "화이트칼라의 호시절은 끝났다"며 이 같은 사태를 경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본사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한 미국 기업들은 월마트, 포드, 갭, 질로우, 스탠리 블랙 & 데커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건설현장 노동자와 트럭운전사 등 블루칼라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감축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용전문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 측은 "미 기업들이 아예 자리를 없애는 화이트칼라 직군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FT는 "CG&C가 감지한 추세는 화이트칼라 불황의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엔 CNN도 "화이트칼라 직원들이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조치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업과 사무직 부문의 9월 고용 감소폭이 가장 컸고 법률서비스 및 광고업 등에서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타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블루칼라 직군의 고용이 확장세를 지속하면서 고용시장 전체가 견조한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컨연구소의 윌리엄 리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에서 급격히 회복하면서 감당 가능하거나 실제 필요한 중간 사무직 규모를 훨씬 웃도는 채용을 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칼라 직군의 경우 월급이 많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사측의 해고 대상에서 1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버리가 지난 6월 내놓은 예견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노동시장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저숙련 블루칼라 직군과 코로나19 당시 과잉·중복 채용된 화이트칼라 직군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화이트칼라 직원들은 임금이 높아 조만간 기업들에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9월달 올린 트위터에서는 "화이트칼라들의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무직들의 재택근무를 해고의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재택으로 근무해도 되는 사무직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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