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기자
혹시, 골프 치세요?
친다면 클럽은 뭘 쓰세요?
옷은 어떤 브랜드를
입어요?
클럽과 옷만 봐도
골프 실력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어요.
예컨대 타이틀리스트, 미즈노
이런 클럽 쓰면
골프 고수.
핑이나 캘러웨이는 중수.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브랜드는.
골린이, 골프 초보 브랜드로 불립니다.
골프 막 치기 시작하면
일단 이 브랜드부터 떠올려요.
그런데 가격은 엄청 비싸요.
욕하면서도 사는거죠.
왠지 이 브랜드 옷을 입고
이 브랜드 클럽으로 치면
남들과 달라 보이고,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골프 브랜드
PXG 입니다.
PXG는 한국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골프 브랜드에요.
한 데이터 분석 업체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골프 브랜드
매출 1등을 차지했습니다.
매출 증가율은 무려 500%를
넘었습니다.
특히 골프에 막 입문한
골린이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꼽힙니다.
이 브랜드 의류 매장은
백화점 중에서도 가장 핫한,
신세계 강남점
여의도 더현대,
롯대백화점 소공동 본점.
이런 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골프 오래 치신 분들은
다 아실텐데요.
PXG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듣보잡 이었거든요.
골프 클럽 하면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핑, 미즈노.
골프 옷 하면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나
파리게이츠, 해지스
핑, 루이까스텔
이런 브랜드가 인기가 많았어요.
PXG는 최근 몇 년 만에 갑자기
뜬 브랜드에요.
실제로 생긴 지 얼마 안 됐죠.
2014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창업주가 밥 파슨스란 사람인데.
파슨스 익스트림 골프의 약자
PXG를 브랜드로 썼어요.
이 분이 조금 독특합니다.
밥 파슨스는 유년 시절에
유복하지 않았대요.
먹고 살기 위해 19살에
베트남전에 참전을 합니다.
해병대로 자원 입대했는데.
이게 인생을 바꾸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을 할 수 있다.
또 엄격한 규율을 따르면서
책임감을 깨우쳤다.
훗날 이렇게 말을 해요.
PXG의 클럽에
숫자들이 써 있는데요.
이게 해병대 주특기
번호 입니다.
0311은 소총수,
0811은 야전 포병.
이런 식이에요.
밥 파슨스 팔뚝에도
0311이 타투로 새겨져 있어요.
이 회사 제품에는 유독
성조기나 군용 컨셉이
많은데.
해병대 부심이 엄청난 것 같죠.
어쨌든, 이 분이
처음부터 골프 브랜드
사업을 한 것은 아니고.
제대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는데
파슨스 테크놀로지란 회계 프로그램
회사를 창업합니다.
그리고 창업 10년 만인 1994년
6400만달러
요즘 환율로 하면 900억원 가량에
매각을 해서 큰 돈을 법니다.
그리고 또 창업을 해요.
고대디닷컴이란 이름의
도메인 등록 업체 입니다.
홈페이지 만들면 필요한거.
이 고대디란 회사도 잘 키워서
세계 최대 도메인 회사로 만든 뒤에
2011년 또 팝니다.
당시 회사 가치가 23억달러.
3조3000억원 가량 했습니다.
회사 팔고 회사 설립하고.
이걸 아예 직업으로 삼죠.
이후에도 회사를 12개나 세웁니다.
PXG도 그 중 하나에요.
밥 파슨스가 골프를 좋아했는데,
자기 맘에 드는 클럽이 하나도
없더래요.
클럽 사는 데 4억원쯤 썼대요.
돈 많으니까.
그러다가, 그냥 내가 한번 해보자.
그래서 기술자를 모읍니다.
핑에서 24년 간 골프 클럽을 개발한
마이크 니콜렛도 이 때 간 분인데요.
밥 파슨스가 그랬대요.
돈 신경쓰지 말고,
세상에 없던 클럽을 만들어 달라고.
그래서 돈으로 바르죠.
얼마를 썼냐면 140억원.
클럽 하나 만드는 데
이 정도로 돈 들이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매출 하나 없는 신생 브랜드가
140억을 쓴거에요.
그렇게 해서
2015년 0311 Gen1
이란 이름의 클럽을 내놓습니다.
이게 얼마나 비쌌냐면.
아이언 하나에 350달러.
50만원쯤 했어요.
다른 브랜드보다 세 배쯤 비쌌대요.
이건 사실 싼거구요.
슈가대디란 이름의 어프로치는
700달러 가까이 했어요. 100만원.
아이언 세트에 드라이버, 우드, 퍼터
등등 풀세트로 다 사면
1000만원쯤 줘야 했어요.
신생 브랜드인데.
엄청난 자신감이었죠.
광고도 오만하게 했어요.
Nobody, makes golf clubs the way we do. Period.
누구도 우리 처럼 골프 클럽을 만들지 않는다. 이상.
이상? 이건 군인들이 쓰는 말인가.
아무튼. 돈 많으니까.
실패해도 감당이 되니까.
이런 식으로 했겠죠.
근데 이게 엉뚱한 곳에서
빵 하고 터집니다.
당시 서울 논현동에서 쿨클럽스란
이름으로 골프 피팅숍을 운영하고 있던
신재호 회장이란 분이 이 클럽을 봐요.
이 분은 클리브랜드 골프,
에코 골프화, 부쉬넬 거리측정기
이런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와 키운 분이에요.
한눈에 알았대요.
이 브랜드 되겠다.
PXG는 클럽 헤드에 나사가 박혀서
디자인이 좀 독특한데요.
이런 독특함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이 클럽을 한국에 가져와서
팔기 시작합니다.
PXG는 양복으로 치면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 처럼 피팅을 다 해주는데요.
원래 비싼 브랜드에 피팅까지 하고
여기에 수입을 했으니 미국보다 더 비쌌겠죠.
근데 비싸도 잘팔렸대요.
PXG가 처음 한국에 나온
2016년이 어땠냐면.
골프가 막 대중화 돼서
돈 있는 어르신이 하는 운동에서
20-30대 젊은층도 하는 운동으로
바뀌고 있었어요.
근데 MZ 세대가
골프 치려고 옷 사고, 클럽 사고
하는데. 자기 부모님들이 사는
그런 브랜드는 싫은거죠.
PXG란 디자인 독특하고,
남들은 거의 안 쓰고.
근데 가격은 엄청 비싸고.
이런 브랜드가 있는 거에요.
왜, MZ 세대는 가치소비라고.
내가 의미를 두면 비싸도
가격 구애받지 않고 소비를 하잖아요.
클럽이 잘 팔리니까.
신재호 회장이 미국 PXG에 가서
역으로 제안을 합니다.
PXG 옷을 팔자.
이게 시장이 더 크다.
사실 옷은 밥 파슨스가 관심이 없었대요.
그럴만 한게.
미국 사람들은 골프 칠 때
한국 처럼 갖춰 입고 잘 안치거든요.
대충 반바지에, 후드티 입어요.
골프 의류 시장이란게 따로 없어요.
근데 신재호 회장이 브랜드를 달라니까.
그래 그럼. 해 봐라 하고 준거죠.
PXG의 독특함을 살리기 위해서
신재호 회장이 어떻게 하냐면.
골프 업계에선 잘 안 쓰는 색상.
블랙과 화이트를 과감히 씁니다.
어르신들이 원래 알록달록 한 거
좋아하는데.
이건 어르신 브랜드 아닙니다.
이렇게 한 거죠.
가격도 초고가 전략이었어요.
모자 하나에 10만원 넘고.
티셔츠 하나에 30만원.
그리고 첫 매장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명품관 에비뉴엘에 내요.
이게 대박이 나죠.
월 매출이 10억원 가까이 했대요.
원래 백화점 골프 브랜드 매장이
평균 1억원 안팎 하거든요.
열 배는 잘 팔린거에요.
그러니까 갑자기 백화점
골프 담당들이 난리가 났대요.
PXG라고 듣보잡이 대박났다는데.
저거 뭐냐.
현대, 신세계 다 몰려가서
매장 내가 제일 좋은데 줄게.
그래서 백화점 간 경쟁이 생기죠.
주요 백화점에 매장이 좍 들어가요.
매장이 58곳까지 늘어 납니다.
한국에서 너무 잘 되니까
미국 본사에서 역으로
한국에서 만든 옷을 들여옵니다.
그러다가 신재호 회장과
패션을 위한 미국 합작사 까지 만들죠.
신재호 회장이 PXG 의류 사업을 위해
로저나인이란 회사를 2017년 말에
설립을 했는데.
법인 설립 4년 만인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넘깁니다.
또 PXG 클럽 수입하는
카네 매출은 500억원을 넘어가요.
이 두 회사 합쳐서
매출은 약 1590억원에 이르죠.
이게 얼마나 많은 거냐면.
PXG 미국 본사 매출이
정확히 공개가 안 되긴 하는데.
한 기업정보 업체에 따르면
연간 1억1580만달러
약 1600억원 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본사와 한국 수입사
매출이 비슷한거에요.
그런데 PXG가 비싸고.
나름 스타일도 있고. 좋은데.
옷은 그렇다 치고.
클럽은 정밀해야 하는데.
타이틀리스트, 핑
이런 역사 있는 곳과 비교가 되겠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PXG 클럽이 실제로
다른 브랜드 대비 엄청 좋다.
이 정도는 아닌거 같습니다.
아직은 평가 자체가 거의 없어요.
그래도 간간이 괜찮은 평가가 나와요.
대표적인게 골프다이제스트.
유명한 골프 잡지죠.
이 잡지가 브랜드 별로 죽 평가한 게 있는데.
캘러웨이, 미즈노, 핑
이런 브랜드와 함께 골드 등급.
최고 등급을 받았어요.
엄청나게 좋은건 아닌데 후지지도 않다.
이 정도 같아요.
PXG 아이언은
중공구조 방식이라고,
잘라 보면 안을 비워서 만들죠.
이렇게 줄인 무게를
클럽 밑 부분에
나사를 박아 중심을 낮춰요.
이렇게 하면 공 맞추는 게 조금은
더 쉬워 진다고 합니다.
이 공법은 PXG가 처음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도 이미 많이 했는데,
인기가 별로 없었어요.
이렇게 만들면 우선
모양이 뚱뚱해져서 보기가 안 좋고.
초보 클럽 처럼 느껴지거든요.
근데 PXG는 얄쌍하게 만들어서,
디자인 적인 한계를 극복한거죠.
PXG 클럽이 잘 팔리니까
요즘은 다른 브랜드들도 다시
중공구조 방식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성능 뿐만 아니라
가격도 논란이 있는데요.
특히 한국에서 심하죠.
한마디로 한국 소비자는 호구냐.
원래 PXG는 초고가 정책을 썼는데.
미국에선 코로나 이후에
이 정책을 포기했어요.
정가는 사실 그대로인데
거의 1년 내내 세일을 합니다.
사실상 가격을 낮춘거죠.
미국에서 PXG는 주로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파는데요.
2020년 7월에 독립기념일
세일을 했는데 엄청 팔렸어요.
코로나 직후 미국에서도
골프 붐이 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듬해인 2021년부터
연중 내내 세일에 들어갑니다.
지금도 미국 홈페이지 들어가면
세일 중입니다.
할인 폭도 커요.
아이언 하나에 350달러 짜리가,
169달러. 거의 반값.
심지어 신상 모델인데…
지난 모델은 3분의 1, 4분의 1
가격에도 팔아요.
자동차로 치면 처음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처럼
초고가, 소량생산 했다가
현대차. 아니 현대차 까진 아니고
제네시스 정도로 해서.
조금 고가, 대량생산 체제로 바꾼거죠.
요즘에는 저가형인
0211이란 모델을 주력으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선
여전히 초고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세일 할 때
가장 많이 산 사람들이
한국인 입니다.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니까,
해외에서 직구를 해도
훨씬 이득인 거죠.
심지어 환율이 급등한 요즘도
몰테일 이런 해외 직구
사이트 들어가면
단골 품목으로 PXG가 있어요.
사실 PXG가 잘 나가긴 하는데,
또 언제 트렌드가 바뀔지 모르죠.
PXG 처럼 신생 스타 브랜드가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올 하반기 백화점 골프 매장에서
매출 증가율이 가장 큰 브랜드는
코오롱이 수입해 들여온 지포어,
그리고 말본이란 미국 브랜드 입니다.
10년도 안 된 PXG가
보수적인 골프 업계에서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도 정말
엄청난 일인데요.
타이틀리스트 같은
골프 명가로까지 인정 받을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아, 참고로 한국 PXG에
물어 보니까,
판매 정책에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골린이 울리는 PXG
가격 얼마나 낮출 지
눈 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김윤화·박지혜 PD
촬영 김윤화·박지혜·이하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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