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KCGI 등이 연합해 모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상황은 급반전했다. 대한항공은 2020~2022년 누적 영업이익으로만 4조원 넘게 벌어들일 전망이다.
국내 항공업체 상당수가 존폐 갈림길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업계에서의 입지는 한층 단단해졌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대한항공은 위기를 기회를 바꾼 대표적 경영 사례로 떠올랐다.
현금창출력이 좋아지면서 이 회사 재무구조도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2019년 말 871.5%를 기록한 이 회사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239%로 낮아졌다.
다른 항공사들이 모두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고 존폐 기로를 걷는 것과는 판이한 행보다. 2020년부터 올 상반기 누적으로 1조27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이 6544.6%로 지난해 말보다 4133.9%포인트나 치솟았다. 완전 자본잠식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비용항공사(LCC) 사정은 더 나쁘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올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각각 -2226억원, -203억원으로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 모두 2020년부터 만년 적자 상황에 몰렸다.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70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863.51%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항공업계 치킨게임에서 압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초만 해도 대한항공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2020년 1분기에만 영업손실로 828억원을 기록한 데다 하늘길도 막혀가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고 신속하게 화물기로 변신했다. 여객기 좌석이 있던 자리를 활용하면 방역용품, 반도체 등을 10t 이상 더 적재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한국 최대 항공 기단을 보유한 데다 장거리 운항 경험을 닦은 덕분에 해외 화주들의 발길이 잦았다. 세계적으로 항공 운항편이 급감하면서 외국 항공사 여객기를 통해 수송됐던 상당수 한국발(發) 화물이 대한항공에 주로 몰린 것이다.
대한항공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여객기(131대), 화물기(23대) 등 총 154대의 항공 기단을 갖췄다. 아시아나항공(82대) 제주항공(39대) 진에어(25대) 티웨이항공(27대) 에어부산(24대) 에어서울(6대)을 압도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10월 화물 운송량은 129만6357t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60만5049t), 제주항공(3만5442t) 진에어(3만1539t) 에어서울(3만952t) 티웨이항공(2만8694t) 등 여타 국내 항공사 운송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주주와 정부의 자금지원도 대한항공의 순항을 뒷받침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3월 3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은 지난 12월 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유상증자 참여 5000억원, 교환사채 인수 30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진칼은 이 자금 등을 활용해 대한항공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했고, 영업외비용인 이자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이자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2021년에는 당기순손익(5788억원)이 흑자로 돌아서며 부활의 계기를 맞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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