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를 무모하게 높여온 북한 도발에 대처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악화돼온 안팎의 경제난 대응으로도 힘에 부대꼈을 기간이다.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과도한 데다 여당마저 정부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던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가뜩이나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어려운 여건에서 황금 같은 초반기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30%대를 맴도는 지지율이 이런 환경 탓만은 아닐 것이다. 지지율이 절대적인 정부 성적표는 아니지만, 자유·공정·상식을 내세워 국민 절반 지지로 출범했던 것을 돌아보면 많이 아쉽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내건 개혁과제에서조차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낸 데 큰 요인이 있을 것이다. 연금개혁은 개편안 마련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잡은 채 그나마도 국회로 넘겨버렸다.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생산성 확충 등 성장력 복원에 절실한 노동개혁은 어디서, 누가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는 중요하고 위험한 프로젝트로,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접근했다가는 정권 실패로 이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고용·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전 정권이 마구 벌여놓은 공공부문도 효율화가 급하다.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가 633조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공공개혁은 한국전력 같은 특정 공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건전재정 의지도 포퓰리즘이 만연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3년도 예산안 종합 검토보고서’를 보면 긴축 기조를 흔드는 데 국민의힘까지 가세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1%대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성장이 멈춘다’는 무서운 전망을 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비대한 공공부문을 짊어진 채 연금폭탄을 맞으면 어떻게 될지 도무지 위기의식이 없다. 출범 6개월 상황이 100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감을 갖고 신발끈을 다시 매지 않으면 1년 때는 더 어둡고 심각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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