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의 맥없는 붕괴에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한번 혼란에 휩싸였다. FTX의 자체 토큰인 FTT 가격은 80% 넘게 폭락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약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유력 거래소의 유동성 위기와 ‘긴급 합병’ 소식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1주일 전보다 10% 하락한 1만8351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800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더리움은 17.4% 급락한 1307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에선 FTX가 FTT를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그 대부분을 매입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장부상 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몸집을 불려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알라메다는 그 FTT를 담보로 여러 곳에서 대출과 투자를 받아 문제가 커졌다. FTT의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와 FTX는 물론 FTT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벤처캐피털과 펀드들도 줄줄이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겨울)’를 촉발한 루나·셀시우스 사태를 연상시키는 구조다.
이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은 바이낸스 창업자 겸 대표인 자오창펑이다. 그는 지난 7일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 전량을 청산하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FTX와 알라메다의 비정상적인 자산구조에 대한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투자자들이 앞다퉈 FTT를 투매하고 FTX에서 자산을 빼내며 파산 위기에 몰린 FTX는 결국 바이낸스와의 합병에 합의했다.
또 불거진 시장 불안에 암호화폐 관련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10% 넘게 하락하며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뱅크먼프리드가 지분을 가진 로빈후드 주가도 하루 만에 19% 급락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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