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료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의사들의 수도권 병원 선호에 따라 인력 부족 문제가 커지면서 주요 지방 병원은 필수의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환자들은 다른 지역 병원으로 내몰리거나 수도권 원정 진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6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 의사가 있는 곳은 8곳(22.9%)에 불과했다. 대구의료원은 산부인과·재활의학과, 순천의료원은 외과·신경외과·비뇨기과, 경북 포항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의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의사의 1년 이내 퇴사 비율은 올해 9월 기준 33.3%였다. 특히 전남대병원(63.6%), 세종충남대병원(41.7%), 강원대병원(41.7%) 등 지방 국립대병원 의사들의 퇴사가 두드러졌다.
지방에서는 의사 부족으로 의료법상 불법인 대리 의료시술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6개 병원 중 5곳에서 간호사 등 진료 보조인력이 대리 의료시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산부인과 부족은 저출산의 한 요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지역에 따른 산부인과 부재 등으로 임산부의 건강한 임신 유지와 출산의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며 ‘임신 및 출산 관련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전국 산부인과는 2011년 777개에서 지난해 481개로 10년 사이 38.1% 줄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을 밑돌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의사 수 증원이 (지역불균형 해소에)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조건 중 하나”라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 확대에 부정적이다.
임도원/이지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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