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정수기 렌털 회사인 컬리건이 국내 정수기 렌털 회사 청호나이스의 주요 주주가 된다. 국내 시장점유율 4위인 청호나이스는 컬리건을 주주로 맞아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컬리건은 청호나이스의 지분 인수 및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컬리건은 김앤장을 자문사로 선임해 실사를 진행중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컬리건이 청호나이스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나이스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청호나이스는 창업자인 정휘동 회장이 75.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관계사인 마이크로필터가 12.99%, 동생인 정휘철 부회장이 8.18%를 갖고 있다.
1936년 설립된 컬리건은 8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미국 1위 정수기 제조 및 렌털 회사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90여 개국에 진출했다. 청호나이스와는 2018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제빙기 사업 파트너로 인연을 맺었다.
청호나이스는 이번 투자 유치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이 1993년 설립한 청호나이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했지만, 현재는 SK매직 LG전자 쿠쿠 등 후발주자 공세에 밀려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컬리건은 청호나이스의 기술력이 높다고 보고 북미 시장 사업 파트너로 낙점했다. 청호나이스는 2018년부터 컬리건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빙기를 공급하고 있다. 컬리건은 이번 투자를 단순 사업 협력에서 나아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호나이스는 미국 1위 사업자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컬리건을 주주로 맞아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청호나이스는 국내 1세대 정수기 엔지니어인 정휘동 회장이 1993년 설립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코웨이와 함께 국내 정수기 렌털 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SK매직, 쿠쿠전자, LG전자 등 후발주자들의 공격적인 영업 공세에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경쟁 업체들이 저수조 없이 수돗물이 바로 필터를 거쳐 정수되는 직수형 정수기를 도입한 것과 달리 청호나이스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를 고집하면서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됐다.
주력 제품인 정수기 외에 커피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경쟁 업체와 비교해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코웨이가 40%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LG전자(18%), SK매직(13%), 쿠쿠홈시스(13%) 순이었다. 청호나이스는 10%로 5위에 그쳤다.
점유율은 줄었지만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여파로 렌털 시장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청호나이스의 매출은 2017년 3846억원을 기록한 후 2018년 3750억원, 2019년 3640억원으로 감소하다가 2020년 4187억원, 지난해 42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194억원, 2018년 8억원, 2019년 196억원 등으로 주춤하다 2020년 425억원, 지난해 4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청호나이스는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트남 최대 정수기 회사인 테크맨과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컬리건을 주주로 맞으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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