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우유 값이 일제히 오른다. 지난 3일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합의한 이후 일주일만에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유업체들이 인상 폭을 자제하면서 일단 소비자 구입가격 기준으로 흰 우유 1L에 3000원을 넘지 않는 선은 지켜졌다. 하지만 우유 값 인상에 따라 우유를 원료로 한 아이스크림, 빵 등 식품의 물가가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우유의 대표 제품인 흰 우유 1L 가격은 6.6% 인상된다.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었던 소비자가격은 2800원 후반대로 오르게 된다. 유가공품의 상승폭은 더 크다. 서울우유 생크림과 버터의 출고가격은 지금보다 각각 10%, 7% 오른다. 발효유 제품인 ‘비요뜨’ 출고가도 5%대로 인상된다.
매일유업도 오는 17일 흰 우유 출고가격을 평균 8% 올린다.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출고가는 10%가량 상승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가공유의 경우 가공비용 뿐 아니라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원료 단가 상승이 반영돼 상승폭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출고가를 8% 올려 대형마트 기준 맛있는우유GT 900mL 가격은 현재 2600원 중반대에서 2800원 후반대로 조정될 전망이다. 동원F&B는 판매가격 기준으로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대니쉬 더(The) 건강한 우유 900mL 가격은 11% 올라 2240원에서 2490원이 된다.
당초 업계에선 흰 우유 기준으로 L당 500원 안팎의 인상률을 적용해 1L짜리 흰 우유 하나가 3000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인상폭은 여기에 미치지 않았다. 유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정부의 요청 등을 반영해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4일 낙농진흥회 이사회 결과 브리핑에서 “여러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흰우유 가격은 덜 인상하고 가공제품의 경우 추가적인 인상을 자제하면서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유 값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치즈,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원료로 한 제품과 외식 가격도 추가 인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아이스크림과 가공유를 생산하는 빙그레는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물가 불안정 등이 반영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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