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0일 16: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재계 2위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나선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에 성공했다. 자금 시장 경색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10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장기 CP를 이날 발행했다고 밝혔다. 3년물(1000억원)과 5년물(1000억원) 금리는 각 연 5.629%, 5.745%로 매겨졌다. 확보한 자금은 채무상환 용도로 사용한다.
SK 측은 “자금 조달 전략 다각화를 위해 장기 CP 발행을 추진했다”며 “이날 열린 청약 전부터 투자수요를 대부분 확보한 덕분에 완판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CP 금리가 연 5%대를 돌파하는 등 조달 환경이 악화한 것으로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게 IB 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마감·결산)에 들어간 회사채 시장을 피해 자금을 우회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기업들이 장기 CP와 사모채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 발행 관계자는 "채권 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우량 채권 위주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공사채 시장도 응찰 금액이 늘어나는 등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전력공사(AAA 급)는 이날 2년물 2500억원, 3년물 1500억원 모집에 각각 5300억원과 150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AAA 급)도 3년물에 65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금액을 15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늘렸다. 신용등급이 AA+급인 대구교통공사도 흥행에 성공했다. 2년물 190억원 모집에 490억원의 응찰이 들어왔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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