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 치킨게임' 압승

입력 2022-11-10 17:29   수정 2022-11-11 01:23

2020년 2월.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했다. 공중분해된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줄줄이 막힌 탓이다. 2019년 3월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 저비용항공사(LCC) 세 곳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치킨게임’ 양상까지 보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대한항공의 실적은 급반전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4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항공사 상당수가 존폐 갈림길에 몰리면서 1위 대한항공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 예고

10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253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13.3% 증가하는 수치로 사상 최대다. 이 회사는 2020년 107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4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0~2022년 누적 영업이익은 4조5506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5689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호조 덕에 2019년 말 871.5%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239%로 떨어졌다.

다른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린 것과 상반된 행보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1조27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이 6544.6%까지 치솟았다. 완전 자본잠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각각 -2226억원, -203억원으로 양사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사업재편 성공에 주주 지원도
대한항공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신속한 사업구조 개편이다. 코로나19로 항로가 막히자 세계 여객 항공기의 운항률이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 운송은 초과수요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항공 화물운임지수(TAC)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12.72달러로 201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1월(3.14달러)의 네 배가 넘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에 따라 대한항공은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고 신속하게 화물기로 개조했다. 여객기 좌석이 있던 공간을 활용하면 방역용품, 반도체 등을 10t 이상 더 적재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한국 최대 항공 기단을 보유한 데다 장거리 운항 경험도 풍부해 해외 화주들의 주문이 급증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여객기(131대) 화물기(24대) 등 총 155대의 항공 기단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82대) 제주항공(39대) 진에어(25대) 티웨이항공(27대) 에어부산(24대) 에어서울(6대)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올해 1~10월 대한항공 화물 운송량은 129만6357t으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60만5049t) 제주항공(3만5442t) 등 여타 국내 항공사 운송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주주들의 자금 지원도 대한항공의 순항을 뒷받침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했고, 영업외비용인 이자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하면서 대한항공 실적이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변수로 꼽히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한 만큼 인수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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