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의 공사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장 관계자 강모씨는 “당장 철근 콘크리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 하루에 1000lb도 거뜬히 소화해야 하는데, 지금 400lb 내외에서 공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강씨는 “공사가 늦어져 협력업체에 물어줄 돈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득하다”고 했다.
오봉역은 수도권 남부지역에 시멘트를 공급하는 핵심 허브다. 시멘트 회사들은 열차를 통해 현지에서 생산한 시멘트를 대량으로 옮겨 이곳 오봉역 저장소에 보관한다. 이후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에 담아 수도권 레미콘 회사 또는 건설 현장으로 운반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봉역 사고 이후 다른 저장소에서 BCT 차량으로 시멘트를 보내고 있지만 평소 대비 50~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작업중지명령이 언제 풀릴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도 현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아직까지 작업중단 해제와 관련한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 측은 “아직 코레일에서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해 달라는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코레일의 명령 해제 신청이 들어오면 4일 이내에 위원회를 꾸려 심사한 뒤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상황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원 고용 촉구 현장 시위와 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우리 조합원을 고용해달라”는 취지로 신고한 집회 건수는 2019년 1870건에서 2020년과 2021년 각각 712건, 682건으로 줄었다가 올해 10월까지 1269건으로 폭증했다. 이들의 집회로 공사 현장이 무기한 멈추고 인력이 물갈이되는 사태가 빈번한 실정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27일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파업은 11월 말~12월 초로 예상된다. 현장에선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대체 운송 수단인 BCT도 멈춰 완전히 공사가 파탄 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를 대체할 수 있는 건설재 운송 수단은 없다”며 “국가산업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코레일부터 구조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식/원종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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