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 8년 버틴 쿠팡…물류 혁신으로 시장의 불신 잠재웠다

입력 2022-11-10 18:03   수정 2022-11-11 02:03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낸 영업손실 규모는 총 6조원에 달한다. 그런 만큼 시장에선 “언젠가 망할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다 계획된 적자일 뿐”이라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호언은 조소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 3분기 끝내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에서는 “설마설마했는데, 이걸 해내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물류 첨단화의 힘
김 의장은 미국에서 지난 9일 3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온라인 콘퍼런스콜을 하고 흑자 달성 원동력으로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쿠팡은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을 통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전년 대비 50% 이상 줄였다”고 했다. 그는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축구장 500개 크기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3분기 성과는 지난 8년간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배송 인력을 직고용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쌓이는 것을 감내한 결과다. 2014년 1215억원으로 시작한 쿠팡의 적자는 지난해 1조8040억원까지 불어났다. 8년간 누적 적자는 6조444억원에 달했다. “사업 모델에 지속성이 없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 배경이다.

그런데도 김 의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구축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 후엔 스스로 굴러가며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e커머스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자동화 물류 네트워크만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플라이휠’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번 실적은 쿠팡만의 혁신적 물류 네트워크가 성과를 낼 것이란 경영진의 믿음이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시장도 의심의 눈초리를 걷어내고 반응했다. 뉴욕증시에서 쿠팡은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종가 대비 10.5% 오른 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독보적 성과
쿠팡의 첫 흑자전환은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유수의 글로벌 e커머스 기업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와중에 거둔 성과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 7년 만에 처음으로 38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비용 증가,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 등이 겹친 영향이다.

알리바바도 2022회계연도 1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09% 감소했다. 알리바바의 분기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14년 뉴욕증시 상장 후 처음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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