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머니게임에는 ‘권력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정권은 물론 검찰 핵심 라인과 막역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치권 인사를 앞세워 ‘대북 테마주’에 올라타면서 그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나란히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이 연관된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나노스의 회생절차 시기에 CB 및 신주에 투자한 ‘김성태 사단’은 돈방석에 앉았다. 김 전 회장은 광림 쌍방울과 함께 조합을 결성해 투자했는데 2019년부터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 조합 전체로는 2000억원 이상, 김 전 회장은 1000억원 안팎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노스는 대북 테마주에 올라타면서 급등했다.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이화영 전 킨텍스 대표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하면서 대북 교류사업을 적극 추진한 게 이때다. 2019년 초 나노스는 이 전 대표와 공동으로 경기도 대북 교류 행사를 주최한 아태평화교류협회의 안부수 회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201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시작하자 김 전 회장은 도주했다. 도주 1년여 만인 2014년 4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3년간 이어진 1심 재판 결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배 회장도 집행유예형이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이후 김 전 회장은 검찰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졌다.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를 비비안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누군가 쌍방울그룹 회의에 가 보니 현직 부장검사가 참석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올해 5월 수원지검 수사관이 수사 자료를 쌍방울그룹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쌍방울 CB 콜옵션(매수선택권)을 통해 정치권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쌍방울이 2018년 김 전 회장의 투자조합인 착한이인베스트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20억원가량이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건을 수임했던 이태형 변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쌍방울그룹과 KH그룹 모두 ‘CB 공장’을 활용해 M&A 자금을 충당했다. KH그룹은 4년여 동안 1조원 이상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2018년부터 상장사 다섯 곳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CB를 발행했다. 석 달에 한 번꼴로 CB를 발행한 셈이다. CB 발행 액수만 6261억원에 이른다.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조달금액은 1조원을 넘겼다.
과도한 자금 조달은 ‘매물 폭탄’으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계열사 주가는 폭락했다. 장원테크는 인수 당시 주가가 3만1550원이었는데 22일 종가는 1190원이다. 3년여 만에 주가가 96.23% 폭락했다. KH전자 KH건설 KH필룩스 등도 모두 인수 당시보다 80% 이상 떨어졌다. 쌍방울그룹에선 비비안 디모아 미래산업 등의 하락폭이 60~9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크다.
이동훈/조진형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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