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는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다. 1997년 한국에 들여온 뒤 아웃도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아웃도어 인기는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소비자들이 아웃도어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기업이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데 이어 2021년 매출도 전년 대비 25.8% 증가한 5445억원을 기록했다.
영원아웃도어는 한국 시장에 노스페이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키즈라인(2007년)과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인 화이트라벨(2011년)을 출시하면서 외연을 넓혀가며 인기를 얻고 있다.
도전 1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마케팅
이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영원아웃도어는 10여년에 걸쳐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꿨다. 50~60대 중장년층까지 노스페이스 의류를 입는다는 것을 고려해 2011년에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인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을 론칭하고, 업계 최초로 여성 홍보대사(공효진)를 발탁해서 다양한 세대와 소통했다.
친환경 기술을 들여와 의류와 패딩에 적용한 점도 주효했다. 지난 몇 년간 ‘친환경 뽀글이’ 열풍을 주도해온 ‘노벨티 플레이 그린 플리스 후디’는 국내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 코리아’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도전 2 스테디셀러 확보
노스페이스는 유명 ‘빅모델’을 고용하기보다 대표 상품을 꾸준하게 히트시켰다. 2018년에는 국가대표 롱패딩이란 불린 0.99kg의 초경량 롱패딩을 선보였다. 기장이 짧은 숏패딩의 근본이라 불리는 ‘눕시 재킷’은 2010년 후반부터 뉴트로 열풍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 친환경 뽀글이의 대명사인 ‘에코 플리스 재킷’, 빅사이즈 백팩의 대명사 ‘빅 샷’ 등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확보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하자 관심을 돌려 스포츠 애슬레저 시장으로 제품을 확장했다. 2014년에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의류 부문 공식 후원사 및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코리아’의 공식 후원사 활동에 나서는 등 스포츠웨어 상품을 선보였다.
도전 3 재고자산 회전율 높여 대응
이랜드그룹과 K2코리아 등 베트남에 생산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작년 가을·겨울 의류 출고가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아웃도어는 관계사인 영원무역을 통해 공급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했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 다양한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는 상품을 소량 생산해 판매한 뒤 소비자의 반응을 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재고자산을 줄이고 있다. 노스페이스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5~6회 수준으로 아웃도어 브랜드 대부분이 2회 미만인 것과 비교된다. 재고자산 회전율이란 연간 매출액을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고를 적게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패션업계는 4~5회, 아웃도어 업계는 3.5~4회 정도를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어떤 브랜드와 관련해 떠오르는 모든 연상(association)들의 집합을 “브랜드 스키마(Brand Schema)”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애플 브랜드를 떠올리면 ‘스티브 잡스, 혁신, 디자인, 스마트폰, 사과 모양 로고, 고가격…’ 등의 연상이 떠오르고, 나이키 브랜드를 떠올리면 ‘swoosh 로고,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운동, 농구화, 한정판…’ 등의 연상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마케터들이 가장 희망하는, 혹은 지향하는 브랜드 스키마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고, 긍정적인 연상들로 가득 찬 브랜드 스키마일 것이다.
반대로 가장 안 좋은 브랜드 스키마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연상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런 연상도 떠오르지 않는 브랜드는 애초부터 고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없다.
두번째로 나쁜 브랜드 스키마는 ‘부정적인 연상들로 가득 찬’ 스키마이다. 이러한 브랜드는 고객에게 호감(liking)을 줄 수도 없고, 결과적으로 경쟁 브랜드에 비해 덜 선호(preference)된다.
따라서 부정적 스키마를 가진 브랜드 마케터 입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현재 스키마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노스페이스 역시 한 때 ‘등골 브레이커’라는 부정적 스키마의 영향을 받았다. 해당 이슈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노스페이스를 모르는 소비자는 없었지만, 부정적 스키마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노스페이스는 이 문제를 라인 확장(line extension), 사회적 마케팅(societal marketing) 전략을 활용해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라인 확장은 같은 브랜드 내에서 새로운 라인을 추가하는 것이다. 노스페이스가 모든 연령대에 적합한 ‘화이트라벨’ 라인을 새롭게 론칭하고, 업계 최초로 여성 홍보대사를 발탁해 다양한 소비자와 소통하고자 노력한 것은 결과적으로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스키마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의류, 패딩을 출시하는 사회적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것도 노스페이스에 대한 “긍정적 연상을 추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마케터는 고객의 선택을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hr >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른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수많은 브랜드를 기억하고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결과 많은 브랜드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들의 브랜드 평균 수명은 약 15년이고, 국내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10년이 채 안되며, 국내 패션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5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브랜드 정체성’이다. 브랜드 정체성이란 기업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기를 바라는 자사에 대한 바람직한 이미지의 집합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고 뚜렷할수록 소비자는 브랜드를 쉽게 인식하고 구별한다.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은 소비자의 잠재 구매력을 높이고 충성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제시한 브랜드 정체성과, 자사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정확하게 일치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 이유로 소비자는 자신의 삶의 여과장치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걸러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주변의 잡음’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등골브레이커’라는 별칭을 얻은 것이 20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는 일종의 잡음으로 작용했다. 노스페이스를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생각해 ‘나도 사볼까’라고 마음 먹었다가 ‘등골브레이커’라는 소리에 ‘내겐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구나’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영원아웃도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여년에 걸쳐 브랜드 정체성을 수정했다. 브랜드 정체성은 핵심(core) 정체성과 확장된(extended) 정체성을 포함한다. 핵심 정체성은 특정 브랜드가 새로운 고객이나 시장으로 진입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이고, 확장된 정체성은 핵심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담는 것이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과 ‘노벨티 플레이 그린 플리스 후디’가 노스페이스의 확장된 정체성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브랜드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핵심 정체성과 확장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전략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h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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