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신발 20년 전에 신던 스타일인데?”
2004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배우 임수정 씨가 신고 나온 ‘어그’ 부츠는 당시 패션업계를 강타했던 히트상품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점점 잊혔던 어그가 최근 인기 상품으로 돌아왔습니다.
13일 어그(사진)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어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5.1% 늘었습니다. 겨울용 방한 신발인 어그 부츠는 통상 11~12월에 가장 많이 팔립니다. 아직 올해 계절적 성수기는 오지 않았다는 얘기죠. 이를 감안하면 올 한 해 전체 매출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그는 호주의 신발 브랜드명으로 양털 부츠를 총칭합니다. 어그의 국내 매출은 제자리걸음 하다가 지난해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히트 수준으로 인기가 많아진 겁니다. ‘뉴트로(새로운 복고)’를 선호하는 1020세대가 어그의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영입된 영향이 컸습니다. 어그를 잘 아는 기존 소비자 3040세대와 달리 1020세대가 어그를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인기 있는 상품은 신고 벗는 게 편한 슬리퍼나 샌들 형태 어그입니다. 발목 이상 길이의 클래식한 디자인보다 덜 부담스럽고 최근 유행하는 부츠컷이나 와이드 팬츠처럼 폭이 넓고 긴 바지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2018년부터 나왔던 샌들 형태의 ‘플러프 예 슬라이드’ 어그의 경우 지난해 유행 상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올 겨울에는 복고 열풍을 타고 루즈 삭스 혹은 레그 워머, 니하이 삭스 등과 어울리는 발목에 낮은 길이로 올라오는 스타일의 어그가 인기를 끕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어그 브랜드는 물론 1만원대 제품부터 20만~30만원대 브랜드까지 두루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는 추세지만, 올해는 명품 바람을 타고 수백만원대 초고가 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에르메스에서 파는 양털 시프레 슬리퍼 제품 가격은 117만원입니다. 스테디셀러인 오란 슬리퍼를 양털로 만든 제품도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하지만 매장에선 “없어서 못 판다”고 합니다. 때문에 리셀(재판매) 거래시장에선 이 제품이 웃돈 40만~50만원씩 붙었습니다. 한 매장 직원은 “매장에서도 워낙 구경하기 힘들어 간간이 입고될 땐 우수고객(VIP) 용으로 빼놓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루이비통 양털 슬리퍼 제품인 파세오 플랫 컴포느 뮬도 179만~225만원의 고가지만 입고되자마자 품절 사태가 벌어지곤 합니다. 프라다 시어링 양털 슬리퍼도 150만원을 호가하지만 수요가 많습니다. 이 제품들은 한 해 가운데 겨울철 서너달 밖에 못 신는 데다 세탁도 어려워 2~3년 이상 착용하기 힘을지만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판매가 활발합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블랙핑크 제니나 배우 이시영 씨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하나둘 명품 양털 슈즈를 신고 나오면서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며 “어그 제품도 남들과 다르게, 남들보다 비싸게 착용해 돋보이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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