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조 서류로 작성된 부실 등기부등본 때문에 졸지에 집을 잃게 된 장모씨 부부 사건이 부동산업계에서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부실 등기에 대한 피해를 국가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위조된 등기 신청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등기소 공무원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후적 손해배상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바뀌지 않으면, 부실등기로 인한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지 2022년 11월9일자 A2면 참조
장씨 사건처럼 등기소가 위조된 서류를 받아 등기를 변경했다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은 다수 존재한다. 1993년 8월 대법원은 등기신청 서류가 위조됐음을 발견하지 못한 등기공무원이 심사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서울 도봉구의 부동산을 실제로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소유자의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해 자기 앞으로 소유권을 옮기면서 시작됐다.
이때 위조된 인감증명서 형식에 문제가 있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이를 발견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때 쓰이는 정상적인 인감증명은 보통 유효기간이 1개월인데, 위조된 인감증명은 유효기간이 3개월로 표시돼있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은 “등기 공무원이 형식적 심사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냈다.
이수호 법률사무소 초록 변호사는 “법적으로 등기공무원은 서류의 위변조 여부를 따질 의무는 없지만 서류의 형식이 맞는지는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선 범인이 주민등록초본과 제적등본 등을 위조해 경기도 이천시의 토지 소유권을 자기 앞으로 돌려놓고,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9억원을 대출받았다. 땅의 원래 주인은 이 대출금 9억원의 손해를 봤는데, 법원에서는 손해액 80%를 인정해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실등기의 피해자들이 이처럼 소송을 통해 국가로부터 돈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국가손해배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등기부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한 부실 등기로 인한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1957년 입법 당시에는 현명한 현실적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이런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제는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해 부동산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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