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2016년. 43년간 GS칼텍스에 몸담은 허동수 명예회장은 굵직한 정제설비 구축을 주도하며 회사 기틀을 닦았다. 그는 201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입버릇처럼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화학사업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허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회사와 부친의 이 같은 숙원을 풀었다. GS칼텍스는 11일 창사 이후 최대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GS칼텍스가 2018년부터 투자한 MFC는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 50만t, 프로필렌(자동차 소재, 기저귀, 마스크 등의 기초원료) 41만t, 혼합C4유분(합성고무, 타이어 소재) 24만t, 열분해가솔린(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화학제품 원료) 41만t을 생산할 수 있다.
MFC는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기존 석유화학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과 비교된다. 나프타는 물론 정유 공정에서 나오는 액화석유가스(LPG), 석유정제가스를 비롯한 다양한 원료를 투입할 수 있다. GS칼텍스의 고도화 정제 시설에서 발생하는 부탄·프로판을 비롯한 석유정제가스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유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원료로 쓸 경우 원료 구입비를 일부 절감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같은 생산 능력을 갖춘 석유화학설비와 비교해 원료 사용량을 약 10% 줄일 수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설명이다.
정유 설비를 가동하려면 통상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가 필요하다. MFC를 가동하는 과정에서는 부가적으로 수소도 생산된다. 이를 통해 수소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LNG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MFC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석유화학원료·LNG 사용량이 줄어드는 만큼 연간 총 7만6000t의 탄소배출 저감이 기대된다.
허 사장은 “MFC 준공은 비정유 사업 비중이 확대되는 사업 다각화와 성장성을 동시에 이루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GS칼텍스는 정유사업에 더해 석유화학사업, 친환경에너지, 자원 재활용까지 포괄하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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