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역삼동 IMM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난 나카무라 도모히로 IMM재팬 대표(사진)는 “일본 벤처투자업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정치권, 대기업, 민간 벤처캐피털(VC)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키워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대표는 1990~2010년 소니그룹에 재직했다. 소니코리아 대표이사도 지냈다. 이후 소니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이데이 노부유키가 설립한 투자 컨설팅회사 퀀텀리프에 합류한 그는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7년 IMM재팬 설립을 주도했다.
나카무라 대표는 “일본은 상장 심사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100억엔(약 935억원) 규모로 상장하는 초기 기업들이 많다”며 “제대로 투자하고 키워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 혹한기에도 올해 상반기 일본 벤처 시장엔 역대 최대 금액인 4160억엔이 몰렸다. 그는 “일본 스타트업 붐을 주도하는 것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며 “대학 벤처가 기술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IMM재팬이 투자한 산업 용액 분석 회사 FDI(펨토디벨로프먼트)도 오카야마대 연구실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일본에서 대학 벤처를 주도하는 곳은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교토대를 비롯해 나고야대, 규슈대, 도쿄대 등이다. 나카무라 대표는 “일본 제조업뿐만 아니라 대학도 ‘모노즈쿠리’로 불리는 장인정신이 있다”며 “대학이 보유한 기술로 사업화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학 벤처가 시드(초기) 투자를 하거나 대학 창업회사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조업체에 투자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도 활발하다는 게 나카무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윈윈’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 소부장 업체들은 완성품을 만드는 한국 대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한국 대기업은 특정 기술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해 완성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IMM재팬은 일본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 중이다. 내년 상반기 최대 500억원 규모로 내놓을 예정이다.
IMM재팬은 내년 초 일본벤처캐피털협회 정회원 가입을 앞두고 있다. 2018년 5월 일본 태양광 발전소 투자를 시작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 ALI테크놀로지, SK가 투자한 친환경 기술기업 TBM, 물류 솔루션 기업 그라운드 등 지금까지 10건의 투자를 집행한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글=허란 기자/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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