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당이 최근 다시 화제인 이유는 비건(vegan·채식주의자)을 위한 메뉴로 모두 바꿨기 때문이다. 파인 다이닝(고급 미식)을 추구하며 365달러짜리 코스 요리만을 파는 EMP는 코로나19로 16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6월 다시 문을 열며 비건을 선언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메뉴를 오로지 채식으로만 구성했다. 그러자 비건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미식가가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책 <불합리한 환대(Unreasonable Hospitality)>는 바로 이 EMP의 공동소유자였던 윌 구이다라가 썼다. 그는 스물여섯이란 젊은 나이에 총지배인으로 EMP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전까지 뉴욕에 있는 괜찮은 프랑스 레스토랑이던 EMP는 그가 지휘한 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으며 미식업계를 이끌고 있다. EMP의 대단한 성공 뒤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책은 레스토랑업계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가 알아야 할 ‘환대의 마법’을 소개한다.
책은 EMP의 성공 비결로 △급진적 재창조 △주방과 식당 사이의 친밀한 파트너십 △기억에 남을 만한 최고의 맞춤형 환대 등 세 가지를 꼽는다. EMP는 특히 손님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는 가족 손님을 위해 저녁 식사 후 센트럴파크에서 썰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가 하면, 식당 내부를 모래로 채우고 해변 의자와 함께 한쪽에 마이 타이 칵테일을 세팅해 여름휴가가 취소된 연인 손님을 깜짝 놀라게 해주기도 했다. 환대는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구성원에게도 확대됐다. 서빙하는 사람이 환대받으면 그 환대가 반드시 서빙 받는 사람에게로 전달된다는 철학과 가치가 EMP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환대는 ‘기대를 뛰어넘는 경험’이다. 저자는 환대가 모든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온라인과 과학기술이 환대의 적이 되고 있으며, 편리함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환대에 대한 경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점점 더 삭막해지고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배려와 환대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천할 때 얼마나 놀라운 마법이 일어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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