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화색이 돈 것은 미국 시장 영향이 컸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은 7.7%로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게 금리 속도조절론과 경기 연착륙 예상으로 이어지면서 낙관론이 급부상했다.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7.35% 폭등하는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 모두 코로나 충격이 덮친 2020년 봄 이후 최대로 뛰었다. 이에 동조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급등했다.
모처럼 빛이 든 증시와 환율이 반갑고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바로 다음주에 또 어떤 장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경계할 것은 성급한 낙관론과 방심이다. 침체일로 주택시장을 비롯해 다른 자산시장과 실물 쪽은 주목할 만한 대세의 방향 전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목을 매고 있는 수출만 해도 악화일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11월 그린북(경제동향)도 6개월 연속 ‘경기 둔화 우려’ 진단을 내리며 지난달까지 없던 ‘수출 부진’을 당면 난관으로 추가했을 정도다. 치솟는 금리에 따라 급증하는 가계의 부채부담과 아슬아슬한 회사채 시장의 기업 자금난도 그대로다.
코로나 대책의 하나로 대출상환이 계속 유예돼온 중소기업을 비롯해 한계 산업·기업의 구조조정도 어정쩡한 답보 상태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외환 등 금융 쪽만 안정돼 상승세를 타기는 어렵다. 이럴 때 오히려 허리띠를 더 죄고 긴장감을 높이며 우리 경제 곳곳의 해묵은 구조조정과 군살빼기의 목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판에도 거대 야당이 독주하는 국회는 긴축 기조의 내년 예산안을 뒤흔들며 마구잡이식 증액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상품권 발행 예산 7050억원을 단독으로 되살리기 시작했다. 효용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없앤 것을 정부 예산편성권까지 침해하면서 무리수를 두겠다는 것이다.
설령 미국 물가가 안정세를 보여도 고공행진하는 생활물가 등 국내 물가는 여전히 무섭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도 엇갈리는 전망 그대로 현 수준에서 멈춘다는 보장이 없다. 그만큼 사방이 온통 살얼음판이다. 혹여 미국 지표에 일희일비하는 허약한 금융, 천수답 경제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게 더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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