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부자 5위' 이혼 소송…역대급 재산분할 예고

입력 2022-11-14 15:57   수정 2022-11-14 20:44

이 기사는 11월 14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권혁빈(48·사진) 스마일게이트그룹 창업자이자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부인 이 모 씨와 이혼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해 자수성가한 경영인으로 한국 5위 부자(포브스 기준 약 9조원)로 꼽힌다. 이혼이 현실화되면 재산분할은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법조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권 CVO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지난주 인용 판결을 받았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은 이혼 소송의 첫 단계다. 양 측은 여러 로펌을 선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권 CVO는 이 씨와 2001년 혼인해 두 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해 승승장구했다. 그는 '은둔형 경영자'으로 알려져있다. 모든 계열사가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권혁빈 1인 지배구조 체제가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345억원, 영업이익 5930억원을 거뒀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성장성 등을 감안한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재산분할 소송과 같이 이 씨가 권 CVO 재산의 절반을 요구할 경우 분할가액만 5조원 수준에 이른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법원은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비율을 30% 이하로 정했지만, 최근엔 전업주부에게도 절반까지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특히 권 CVO의 재산이 대부분 결혼 후에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혼 후 창업해 '크로스파이어' 대박
권 CVO는 2002년 자본금 5000만원, 직원수 20명의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해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 동갑인 이 씨와는 서강대학교 재학 시절 만나 창업 전인 2001년께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CVO는 2009년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2001년 3년간 꾸려온 사업이 망해 실업자가 됐을 때 유학을 준비했는데 아내가 유학보다는 한국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아 보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며 "스마일게이트로 제2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다 아내 덕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06년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FPS)인 크로스파이어와 2018년 내놓은 다중접속(MMORPG) 게임인 로스트아크가 연이어 히트하며 국내 대표 게임사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930억원으로 시가총액 10조2000억원 규모의 엔씨소프트가 벌어들인 작년 영업이익 3752억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시장에서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으며 2020년 기준 누적 매출액 118억달러(한화 약 13조4000억원), 누적 가입자 수 10억명에 육박한 글로벌 게임이 됐다. 권 CVO는 게임업뿐 아니라 금융업으로 확장했다. 2011년부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직접 운영해온 데 이어 2017년에는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한 권 CVO의 재산은 급격히 늘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권 CVO의 재산을 68억5000만달러(한화 약 8조9000억원)로 평가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5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산분할이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계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재산분할 소송이 요구액 기준으로 가장 큰 소송으로 꼽혔다. 임 전 고문은 이 사장의 전체 재산을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이의 절반 가량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장이 결혼 전 보유하던 주식 대부분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0.9% 수준인 141억원만을 분할액으로 인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도 현재 조단위 재산 분할을 두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노 관장은 앞서 2020년 5월 재산분할 청구와 함께 최 회장이 SK㈜ 주식 650만주를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올해 4월 이 중 절반가량인 350만주를 최 회장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절반인 8%를 분할해 달라 요구했다. 종가 기준 1조3000억원 규모다. 이외에도 2004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이혼 당시 전 부인에게 재산 분할 형식으로 제공한 당시 시가 300억원 규모의 엔씨소프트 주식 1.76%(35만6461주)를 분할해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재산분할은 앞선 재벌 사례들과 다르다. 결혼 이후 성공한 자수성가 창업자의 첫 이혼소송 사례라는 점이 특징이다. 권 CVO의 경우 전체 재산에서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이나 결혼 후 한 쪽이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을 뜻하는 '특유재산' 비중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돼 큰 폭의 재산 분할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기의 이혼'으로 회자된 제프 베조스 전 부부의 사례처럼 경영권을 둔 극적 합의가 있을 지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아내인 맥킨지 스콧은 베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지분 16.3% 중 4%인 약 36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지분을 재산 분할로 받았지만, 베조스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의결권은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1인 왕국’ 지배구조 변화 예고
권 CVO는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외부 투자금을 받지 않고 계열사 상장을 금기시한다. 지주사 주식 전량을 권 CVO 본인이 보유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91.59%)를 제외하곤 7개 자회사의 지분도 지주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도 비상장이다.

권 CVO가 창업 과정에서 겪은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 권 CVO는 대학교 4학년이던 1998년 화상통신기술연구소를 창업했고 이듬해엔 이 회사를 'e러닝' 솔루션업체 포씨소프트로 키웠다. 업계 1~2위 회사로 급성장하며 성장가도를 걸었다. 하지만 창업자금으로 40억원을 대준 벤처캐피탈(VC)과 깊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는데 VC가 단기간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면서 결국엔 3년만에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결벽적으로 지분 희석을 싫어했던 권 CVO의 일화도 회자된다. 권 CVO는 게임 개발과정에서 투자금이 마르자 2011년 당시 MVP창업투자로부터 일부 투자를 받았다.게임 개발이 끝나자마자 그는 두 배 가까운 현금을 지급해 지분을 되샀다. 이어 140억원을 들여 MVP창업투자를 아예 인수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이 MVP창업투자다.

일각에선 중국 매출 비중이 대다수인 그룹 사업 특성상 상장으로 세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 확정되면 스마일게이트그룹 입장에서도 첫 외부 주주를 맞이하게 된다.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인 이 씨가 분할 받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외부 주주에 팔아 현금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전 부인은 이혼 이후 분할받은 지분 전량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방식으로 시장에서 매각해 현금화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혼 이후 상대방이 지분의 현금화를 원할 경우 원하지 않던 IPO를 통한 회수도 고려해야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조진형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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