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무릎관절 이야기] 남성을 위협하는 통풍, 붉은 고기·맥주만 피하면 될까?

입력 2022-11-13 17:08   수정 2022-11-14 00:00

50대 초반의 남성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겨우 걸음을 옮기며 내원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며칠 전부터 왼쪽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했고, 지금은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남성을 괴롭히는 통증의 정체는 ‘통풍’이다.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요산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인체에서 대사되고 남은 찌꺼기로 보통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이 요산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우리 몸을 공격하는데, 주로 관절 주변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통풍성 관절염이라고도 부른다. 관절 중에서도 발가락과 무릎에서 많이 발병하고, 상처는 잘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근육이 적고, 완경기 이후에는 연골을 만드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관절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2 대 8인 것만 봐도 여성 관절염 환자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통풍성 관절염은 남성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유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이 술과 고기 등의 음식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통풍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요산을 많이 만드는 술과 고기를 멀리해야 하는데, 여기에 몇 가지 오해가 있다. 흔히 통풍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와 맥주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 보니 붉은 고기와 맥주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같은 흰색 고기에도 요산을 발생시키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니 고기는 붉은 고기든, 흰색 고기든 종류 불문하고 다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예 안 먹으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할 수 있으니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 좋다. 생선은 괜찮을까? 육류에 비해 생선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또한 오해다. 생선에도 요산을 발생시키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생선뿐만 아니라 낙지, 새우, 조개 등의 해물에도 퓨린이 많으니 적게 먹어야 한다.

술에 관한 오해도 있다. 흔히 통풍이 있으면 맥주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맥주를 만드는 재료인 보리의 맥아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퓨린이 들어 있다. 하지만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술의 알코올 성분은 요산을 많이 생성시키기도 하고, 요산이 배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막걸리, 양주, 소주, 와인 등 다른 술도 다 통풍을 발생시키고 악화시키는 나쁜 주범이다.

심지어 무알코올 술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은 0.001%가 함유돼 있어도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무알코올이라 해도 마셔서는 안 된다. 특히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과 상관없이 맥아에 퓨린이 다량 함유돼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통풍을 유발하는 술과 고기를 먹지 않아도 통풍에 걸릴 수 있다. 최근 통풍을 일으키는 여러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선대에서 통풍에 걸린 분들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특히 통풍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된 후에도 재발이 잘되는 병이므로 가능한 한 술은 마시지 말고, 고기는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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