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내 경제 상황이 그러한 증액을 쉽게 뒷받침할 만큼 녹록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첫 동남아 순방 전날인 1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2% 미만의 경제 성장률은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0년과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및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외에는 발생한 바 없다. KDI는 서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서 3.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엄중한 경제 상황은 기업 실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부터 네이버, 셀트리온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분기 실적을 연평균으로 환산했을 때 2분기 대비 3분기에 정확히 절반의 기업 실적이 하락했다. 하락률은 평균 -12%로, 최소 -2%에서 최대 -20%에 달한다. 물론 3분기 연평균 환산 실적이 2분기보다 각각 43%와 69% 증가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처럼 실적이 증가한 기업들도 있고,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영업손실을 보고한 기업은 없다.
그러나 기업은 이익만으로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투자의 결과인 자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필수조건이며,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이익이 자산 투자의 원천인 자금조달에 따른 비용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서 최근과 같은 급격한 금리 상승은 이익이 충분하지 않은 한계기업들의 도산 위험을 가중한다. 자금조달비용은 국가와 자본시장 및 개별 기업의 위험에 따라 상이하다. 가령 자금조달비용을 투자한 자산의 10%로 가정하고 목표이익을 설정할 경우,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단지 4개 기업만 목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서 삼성전자의 자본조달비용이 13.2%라는 결과를 단순 준용해 목표이익을 투자한 자산의 13%라고 가정한다면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목표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전무하다.
따라서 최근 경제 상황에서 기업은 단순히 절대적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자산의 효율적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실례로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 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파산을 앞둔 4년 동안 5조2000억원의 총자산이 무려 7조1000억원까지 급증했지만, 동시에 부채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자산 증가가 이익 창출을 이끈 것이 아니라 부채에 의존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에 경영자가 세계화라는 명분에 취하지 않고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자산을 식별해 처분하는 등 자산 효율화에 집중했다면 그 그룹은 아직 존속하고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자산 효율화가 공공기관에서 먼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24개 공공기관의 비핵심 부동산 330건(11조6000억원)을 매각하고, 107개 공공기관의 골프회원권, 콘도·리조트 회원권, 유휴 기계·설비 등 불요불급한 자산 189건(7000억원)을 정비하기로 했다. 또한 69개 공공기관은 비핵심 또는 부실 출자지분 275건, 2조2000억원 규모를 매각한다. 공공기관은 청사와 관련해서도 매각 56건, 유휴공간 신규 임대 62건, 임차면적 축소 86건 등 효율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자산 효율화 계획은 누적된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과 손실을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청사 효율화나 콘도·리조트 회원권 매각 등은 구성원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감내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자산 효율화 계획과 이행이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불필요한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현재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먼저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민간 기업에도 선도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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