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개인택시 강제 휴무제인 가·나·다 3부제와 9·라 특별부제 등을 연말까지 해제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심야 택시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날 밤 11시20분부터 30분 동안 홍대 클럽 거리를 지나간 택시는 약 100대. 이 중 빈 차는 6대에 불과했다. 손님을 골라 태우려는 ‘얌체’ 택시도 여전했다. 주행 표시등을 끈 택시 70대 가운데 18대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있었다. 택시를 기다리던 회사원 김모씨는 “돈 되는 장거리 손님만 태우려는 택시기사들이 있는 한 심야 택시대란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 잡기 전쟁’은 서울 강남역 일대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대로변에선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 30~40명이 뚝 떨어진 기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날 같은 시간 강남대로 8차로를 지나간 택시는 79대. 이 중 빈 차는 4대뿐이었다. 길가에는 빈 택시 3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모두 경기 택시로 확인됐다. 서울권을 목적지로 한 승객은 승차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택시기사와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약 두 시간이 지난 13일 오전 1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30여 명이 오매불망 택시를 기다렸다. 이 중 절반은 택시 잡기를 포기한 듯 점포 앞 계단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 시간 넘게 택시를 기다렸다는 류모씨(41)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 호출을 30회가량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자포자기한 듯 상가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류씨는 “너무 지쳐서 지인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택시를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은 다시 인근 주점이나 클럽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거리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택시기사가 바가지요금을 대놓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택시기사는 경기 구리와 하남까지 4만원을 요구했다. 정상 요금보다 두 배나 비싼 액수다. 한 택시기사는 “부제가 해제돼도 젊은 택시기사들은 돈이 된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웬만해선 저녁에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지금 운행하는 기사들은 아마도 고령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부제가 해제됐다고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낮에 운행하던 습관이 강한 택시기사들이 조금씩 야간 운행에 적응해야 점점 운행 대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원종환/구교범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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