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공시가 25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1세대 1주택자 A씨와 10억원짜리 집 두 채(총 20억원)를 가진 1세대 2주택자 B씨가 있다. 누가 더 세금을 많이 내야 할까. 당연히 A씨일 것 같지만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모의계산을 보면 올해 A씨는 674만원, B씨는 311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얘기다. B씨가 A씨보다 재산이 5억원 더 적은데 세금은 A씨보다 2400만원가량 더 내는 것이다. 이상한 세금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지금 종부세는 볼수록 황당하다.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재산 적은데 세금 더 낼수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난 정부가 조세원칙을 무시하고 종부세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종부세는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주택 가격에 따라 0.5~2.0%로 단일하게 부과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세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했다. 그 결과 현재 종부세율은 1주택자 0.6~3.0%, 2주택 이상(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기준) 1.2~6.0%다. 이전에 비해 1주택자 세율도 올라갔지만, 특히 다주택자 세율은 1주택자의 두 배가 됐다. 법인은 더 가혹하다.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을 보유하면 최고 6% 세율을 적용받는다. 당시 집값이 급등하자 다주택자를 주범으로 지목해 그들을 벌주는 식으로 세법을 고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지금의 종부세다. 현행 세법대로면 A씨, B씨 같은 사례가 무수히 나온다. 예컨대 지방 2주택 보유자가 더 비싼 서울 강남의 1주택 보유자보다 세금을 더 내는 일이 생긴다. 이렇다 보니 “지금 종부세는 강남 고가 1주택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더 세게 물린 뒤 부동산시장에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강해졌다.
세율 자체도 과도하다. 만약 6% 세율을 적용받는다면 산술적으로 16년(6%×16년=96%) 뒤면 재산을 정부에 세금으로 고스란히 뜯기게 된다. 현대판 가렴주구(苛斂誅求)다.
'현대판 가렴주구'
기재부는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지난 9월 국회에 낸 세제 개편안에 종부세 개정안을 담았다. 주택 수가 아니라 재산가액에 따라, 중과세율이 아니라 단일세율(0.5~2.7%)로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안대로면 종부세는 지금보다 줄어든다. 하지만 비싼 집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더 많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야당에서 생각하듯 단순히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울 일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뒤틀린 종부세법을 바로 잡는 것이고, 조세 정의에도 부합한다.
지난 정부는 세금을 너무 가볍게 봤다.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아래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가리지 않고 부동산세를 마구잡이로 올렸다. 세금을 경제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썼다. 그 중심에 ‘종부세 폭탄’이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패인 중 하나였다.
국세청은 오는 22일께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통지할 예정이다. 올해 공시가는 작년보다 17% 올랐는데 지금 집값은 떨어지니, 고지서를 받고 억울하게 느낄 납세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세제를 심의하면서 풀어야 할 일이다. 여야를 떠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