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도발 지속땐 동북아 미군 강화"…中에 '역할 하라' 압박

입력 2022-11-13 18:26   수정 2022-12-13 00:01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중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군의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이 반복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저지해 줄 것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외교 영향력에 대한 견제에도 나섰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서다.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 장악에 성공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협상력이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北 도발 계속되면 미군 강화”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이 언급된 곳은 바이든 대통령을 태우고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기내에서 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 지역에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이처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이 전례 없는 빈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한 데다 7차 핵실험 준비 또한 마무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 미사일 시험의 (잦은) 빈도와 7차 핵실험 가능성이라는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력 강화 메시지가 중국에 먹힐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이 같은 언급이 오히려 미·중 간 갈등만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아세안과 협력 관계도 격상
미국은 군사력 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서도 중국 압박에 나섰다. 미국과 아세안은 12일 프놈펜에서 열린 제10차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서 양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5년 양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지 7년 만이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지키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주변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일으키는 분쟁에서 미국이 아세안 편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앞서 지속적인 아세안 지원책도 발표했다.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2023 회계연도 예산안에 아세안 회원국과 양자 협력을 위해 8억달러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부에 있다”며 “계속해서 우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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