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가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햄버거 브랜드가 국내에 잇따라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역으로 롯데리아는 '햄버거의 본고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최근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 지역을 결정하기 위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햄버거로 미국 본토에 진출하겠다는 내부 결정을 하고 어느 지역이 적합한지 조사하고 있다"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K푸드 열풍이 맞물린 이 시점이 미국 진출을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은 2732억달러(360조원) 규모로, 4조원 가량인 한국의 9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칙필레 등 미국 전역에 매장이 있는 대형 브랜드 외에 지역별로 유명 햄버거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다. 미국 동부에는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서부에는 인앤아웃, 슈퍼두퍼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중 인앤아웃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들이 국내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현지에선 맛 볼 수 없는 한국식 메뉴로 공략하면 햄버거 본고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라이스버거 등을 중심으로 미국 공략 메뉴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우를 활용한 메뉴를 앞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내 햄버거 브랜드 중에는 맘스터치가 지난해 미국에 진출해 캘리포니아주에 2호점을 낸 상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도그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나무젓가락을 꽂은 한국식 핫도그가 유행할 정도로 K푸드가 '핫'하다"며 "햄버거도 한국 스타일을 입히면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롯데리아가 미국에 진출하면,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실험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실패를 맛 본 뒤 동남아 시장 중심으로만 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롯데리아 역시 해외 사업은 베트남에 초점을 맞춰왔다. 롯데리아의 올해 베트남 예상 매출액(소비자 판매 기준)은 1000억원으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596억원)보다 개선될 것으로 롯데측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은 국내에서 브랜드 장악력이 점차 낮아지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데 따른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롯데리아는 매출 면에선 맥도날드에, 매장 수에선 맘스터치에 각각 밀렸다.
롯데리아는 1979년 10월 서울 중구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문을 연 브랜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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