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연일 정치권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야권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낀 데 대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여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 있다며 응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마크롱 팔짱 안 보이고 김건희 여사 팔짱만 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무식 아니면 적반하장"이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안내했다는 보도를 캡처해 올렸다.
박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팔짱을 낀 사진을 보고 '오버', '불편', '본 적도 없다' 등 딴지 거는 분들이 있는데, 또 헛다리 짚었다"며 "2018년 10월 16일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꼈다는 건 보지 못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그건 '오버' 아니고, '불편'하거나 '거시기'하지 않았냐"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공식 SNS에 자랑까지 한 것을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았다면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팔짱도 외교다. 친분의 표시이고 친절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대한민국의 영부인, 퍼스트레이디인데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모습은 조금 보기 불편하더라"며 "팔짱을 왜 끼나. 이게 공공 외교의 한 방법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또 "친근함의 표시일 수 있는데, 그래도 정상 간의 만남"이라며 "그냥 사적인 자리나 파티도 아닌데 그래서 눈에 띄더라"고 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KBC '여의도 초대석'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팔짱을 두고 "영부인들이 그렇게 한 걸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오버다. 그런 게 오버 아닌가. 조금 거시기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세에 김정숙 여사를 끄집어내 반격하는 양상이 거듭 포착된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대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집을 방문한 것을 두고도 '외교 결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단독 방문 등을 언급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가 아이를 안고 돌보는 모습이 공개되자 민주당 사람들의 딴지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라며 "과거 김정숙 씨의 봉사활동 사진이 올라오면 ‘이런 겸손함과 진정성은 높은 자존감과 이타성, 그리고 측은지심을 구비한 분에게만 가능하다’라며 낯 뜨거운 ‘정비어천가’를 부르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무슨 낯짝으로 그 입을 함부로 놀리냐"고 했다.
김 의원은 "영부인이랍시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등 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최고 관광지를 쏘다닌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배 천배 더 좋다"며 "요즘 민주당 사람들 하는 작태를 보면 이건 정당도 아니다"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