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렸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9오버파를 치고도 커트 통과를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어렵게 진행된 것은 100㎜ 이상 기른 러프의 영향이 컸다.
한 달 뒤 열린 KB금융 챔피언십은 길고 엉키는 성격의 켄터키블루 잔디를 90㎜ 이상 기른 러프구역을 조성해 선수들을 애먹였다. 이 대회의 커트 탈락 기준은 12오버파였다.
러프에서 치는 샷은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착지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공이 날아가는 각도, 공이 착지한 뒤 구르는 정도는 공이 클럽헤드를 맞는 순간에 발생하는 마찰력과 수직항력으로 결정된다. 잔디를 짧게 잘라 공과 클럽 사이에 방해물이 없는 페어웨이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 샷에서 만들어지는 힘이 그대로 공으로 전달돼 백스핀이 잘 만들어진다.
반면 러프에서는 공이 낮게 날고 더 멀리 구를 때가 많다. 공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두 힘 가운데 수직항력은 페어웨이에서의 샷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마찰력이다. 클럽헤드가 공을 만날 때 생기는 마찰력으로 백스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둘 사이에서 잔디가 마찰력을 줄인다. 페어웨이에서보다 백스핀이 덜 생기는 이유다. 클럽헤드에서 공의 중심으로 전달되는 힘도 잔디의 방해로 약해진다.
결국 러프에서 친 공은 백스핀이 잘 걸리지 않고 힘을 덜 받으면서 더 낮게 뜨고 더 많이 구른다.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내리 꽂아야 하는 아이언샷에서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5번 아이언을 기준으로 페어웨이에서 샷을 할 때보다 러프에서 하는 샷에서 백스핀이 36% 줄어든다고 한다.
러프에서 최대한 잔디의 방해를 줄이려면 클럽 페이스 표면의 홈인 그루브에 풀이나 흙이 끼지 않도록 틈틈이 닦아주는 게 좋다. 떨어지는 탄도는 로프트와 클럽 길이로 보강할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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