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충격파를 제대로 맞았다.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 메뉴들이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들이나 유·아동 대상으로 메뉴판에 포함됐던 우유·코코아 등을 빼거나 카페라떼 같은 메뉴를 취급하지 않는 카페를 창업하겠다는 사람들까지 감지된다.
21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우유값 인상을 계기로 동네 손님들 위주로 장사하는 소규모 카페에선 우유가 들어간 일부 메뉴를 아예 제외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동네 단골 장사라 값을 올리기 어렵다는 서울 명동의 한 작은 개인 카페 점주 A씨는 "그동안 스팀 우유를 2000원에 팔았는데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3500원 정도 하더라"면서 "우유는 라떼 정도에만 쓰고 스팀 우유, 코코아, 스무디는 메뉴에서 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우유가 들어간 메뉴는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B씨는 "라떼에 비해 아메리카노는 계절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직장인과 학생에게 꾸준히 수요가 많더라.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으로 내고 라떼 및 우유 메뉴는 아예 판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페 업종에게 우유값 인상은 원두 가격 상승 다음 가는 치명타로 꼽힌다. 앞서 전국카페 사장협동조합은 입장문을 내고 "카페는 원두 다음으로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의 경우 값을 올렸다가 단골들 발길이 끊길까 두려워 고민하는 분위기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올 초만 해도 우유 1L를 1600원에 들여왔는데 2000원으로 올랐다(우유 가격 인상 이전 시점).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만 개인 카페는 보통 단골 장사인데, 우리 집에서 잘 팔리는 편인 라떼 값을 올리면 단골들 떠날까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격 인상폭이 비교적 컸던 유업체 브랜드 우유를 주로 쓰는 카페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유가 들어간 메뉴의 맛을 유지하려면 기존에 쓰던 우유를 저렴한 우유로 대체하기도 어렵다고 귀띔했다.
서울우유가 시장점유율 기준 부동의 1위지만 카페 업종에선 매일유업 흰 우유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900mL 가격을 기존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57% 올려 1L 환산시 3000원을 넘겼다.
주메뉴인 라떼 가격을 최근 올렸다는 서울 개포동의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D씨는 "매일유업 우유가 원유 함량이 높고 맛이 고소하다. 그 특유의 맛이 라떼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유를 싼 것으로 바꾸지 못한다"면서 "본사에서 납품 받는 것을 써야 해서 따로 사다 쓸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E씨도 "우유에 따라 디저트 맛도 변하는데 매일유업 우유가 제일 취향에 맞는다. 디저트는 일정한 맛이 중요해 쓰던 우유를 바꾸기 어렵다"며 "(버티다가) 결국 얼마 전 홀케이크 가격을 2000원 올렸다. 크림, 설탕까지 가격이 다 올라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재료 준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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