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가스 흡입" 어머니 신고로 체포된 20대 '무죄'…이유는?

입력 2022-11-14 21:34   수정 2022-11-14 21:35


"아들이 가스를 흡입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2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수사 절차를 어겼다는 게 무죄 선고의 이유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심현근 판사)은 최근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흡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5월 "아들과 통화해보니 가스를 흡입한 것 같다"며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A씨의 위치를 파악한 뒤 서울의 한 호텔로 출동해 뚜껑이 열린 부탄가스 22개를 발견했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총 4회 부탄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부탄가스 등 주요 증거의 능력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A씨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아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이후 확보한 물증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치정보법에 따라 피구조자의 개인위치정보를 받으려면 본인의 구조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경찰은 A씨 어머니의 구조요청은 받았지만 정작 A씨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구조가 아닌 수사 목적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법원 허가를 얻지 않은 만큼 위법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아들이 가스를 흡입한 것 같다'는 A씨 어머니의 추측만으로 객실을 수색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취득한 A씨 관련 정보는 어머니의 신고였고, 이는 추측에 불과했다"면서 "A씨의 객실을 강제로 열었을 당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었고, 현행범임을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객실을 수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객실 수색으로 취득한 부탄가스는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A씨의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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