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올해 쌀 생산량이 1년 전보다 3% 줄었지만 과잉 생산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쌀 만성 과잉 생산 구조가 더 악화되고 매년 1조원 가량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쌀 15만5000t 과잉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2년 쌀 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은 376만4000t으로 지난해 388만2000t 대비 3.0% 감소했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잠정치로 발표한 380만4000t, 9월 농촌진흥청이 추산한 385만7000t에 비해 적은 양이다.올해 벼 재배면적은 약 72만7000헥타르(ha)로 전년(73만2000ha)대비 0.7%인 5000ha 가량이 줄었다. 재배면적 감소분 이상으로 쌀 생산량이 줄어든 셈이다.
통계청은 벼 낟알이 생성되는 7~8월엔 일조시간과 강수량이 전년 대비 20~25%가량 낮았고, 벼 낟알이 익는 9~10월엔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 등이 겹치면서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도 이달 초 내놓은 ‘쌀 관측 11월호’에서 기상여건 악화, 주요 곡창지대 작황 악화로 인해 올해 쌀 생산량 감소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예년보다 좋지 않은 작황에도 쌀 초과 공급은 이어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추정 수요량은 360만9000t 수준으로 생산량보다 15만5000t이 적다. 밥보단 빵이나 육류 등을 선호하는 식으로 국민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영향이다.
○안정세 찾는 쌀값...양곡관리법 개정 동력↓
쌀 생산량 관측이 어긋나면서 쌀값 하락에 대응해 올해 쌀 초과 생산량을 24만8000t으로 보고 여기에 쌀 가격 지지를 위해 매입하는 재고미 등 20만t을 더해 총 45만t의 시장 격리 계획을 내놓은 정부의 결정도 오차가 생기게 됐다.지난해 작황 호조와 쌀 소비량 급감이 맞물리며 지난해 생산된 쌀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정부는 지난 9월25일 농진청의 작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엔 2022년산 쌀 초과 생산량보다 10만t을 추가 격리 하는 것이었지만 당초 예상보다 쌀 생산량이 줄며 실제론 초과 생산량보다 20만t을 추가 격리하는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하락세를 이어갔던 쌀 값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경연에 따르면 2022년산 수확기(10~12월) 쌀 가격이 20㎏당 4만7500원에 이를 전망이다. 10월 산지 평균 가격은 20kg당 4만7027원으로 정부가 수급 대책을 내놓기 전인 9월25일 가격보다 16.9% 상승했는데,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4만9000~5만원 수준인 수확기 평년 가격에도 근접했다.
쌀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의 취지도 다소 무색해질 전망이다.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쌀 값 안정이 이뤄진다는 개정안 취지와 달리 정부 재량을 통해서도 쌀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어서다.
정부는 개정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할 경우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초과생산량은 46만8000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정책 개입을 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뒀을 때의 예상 초과 생산량(20만1000t)의 2.3배에 이른다. 투입되는 예산은 연평균 1조443억원에 달한다. 대상 기간 내에서 초과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어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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