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가로막힌 반도체 특별법
양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대기업 특혜라는 '낡은 궤변'으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 때문에 반도체산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 역사에 매국노(埋國奴)로 박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팔 매(賣)’ 대신 ‘묻을 매(埋)’를 써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반대는 나라의 미래를 땅에 묻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요 3적으로 △첨단 산업 정책을 정략적 거래에 사용하는 자 △대기업 특혜라며 갈라치기 하는 자 △국토균형발전론을 오남용하는 자라고 칭하며 정치권을 전방위로 직격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를 만들 때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설투자시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6→20% △중견기업 8→25% △중소기업 16→30%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자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대기업 '특별 대우'라는 野
하지만 그의 '친정'인 민주당은 협조적이지 않다. 삼성·SK 등 대기업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산업에만 왜 '특별 대우'가 필요하냐는 게 야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여당 지도부가 지난 1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 차원의 반도체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민주당 복당을 철회한 양 의원이 주도하는 아젠다라는 이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번이라도 이 법안을 살펴 보기는 했는지 의문"이라며 "살펴보지 않고 반대한다면 민주당을 정쟁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기술에는 국경이 있다"는 김충기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 첨단 산업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얼마나 매섭고 치열한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양 의원은 "특히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전략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 TSMC에도 약 4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도권 안 된다"는 지역 의원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국의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지역 외면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특화단지를 지정할 때 수도권을 포함해 기업이 원하는 지역을 우선 고려하도록 한 조항과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증원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때문이다. 광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용빈 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독식 및 지역 소외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 의원의 지역구도 광주다. 하지만 그는 "국가 발전이 우선"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도권까지 혜택의 범위를 확장을 시키지 않으면 국내 기업과 인재들은 지방으로 가는 대신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이유에서다. 양 의원은 "경쟁 국가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한국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의 발목을 잡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의 '지역 이기주의'에 양 의원은 "정치에 사욕(私慾)이 들어가면 반드시 망한다"며 "선거용으로 지어진 어느 지방 공항에서 승객 없이 고추나 말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 전체를 첨단 기술의 허브로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왜 윤석열 정부를 돕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스스로도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는 것을 생각했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단히 여야를 설득하고 있다. 양 의원은 "모사와 계략으로 점철된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켜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여기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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