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혹한기를 넘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돌파구가 되고 있습니다. 오는 1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오픈이노베이션 행사 '긱스 쇼업' 본선 무대에 오르는 스타트업 면면에서도 드러납니다. 친환경·모빌리티·메타버스 분야에서 B2B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스타트업이 긱스 쇼업 심사단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긱스 쇼업 IR(기업설명회) 경진대회에 신청한 스타트업 가운데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 5곳을 한경 긱스(Geeks)가 소개합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벤처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B2C(소비자 대상)에서 B2B(기업 대상)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이용자 수를 늘려 몸집을 키우는 플랫폼 대신 매출 중심의 성장 기업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특화 스타트업 데모데이 '긱스 쇼업' 본선 무대에 오르는 스타트업도 B2B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서류 심사한 결과 모빌리티, 친환경, 메타버스 분야에서 B2B 사업모델로 수익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곳들이 심사단의 선택을 받았다.
긱스 쇼업 본선 무대에는 현대차 사내벤처팀부터 교수 창업기업, 블록체인 기술기업, 친환경 에너지, 관광형 소프트웨어(SaaS), 숙박기업까지 다양한 스타트업 10곳이 오른다. 저마다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방안과 스케일업 전략을 발표한다.
전국 공모신청 스타트업 가운데 긱스쇼업 본선 무대에 오르는 5개 사로는 △포엔(폐배터리 재제조·재사용) △모빈(바퀴형 배달 로봇) △아이핀랩스(실내 위치추적 소프트웨어) △클레온(가상인간 제작 및 음성더빙 솔루션) △블링커스(와인 NFT 거래 및 와인금고 서비스)가 선발됐다. 이들은 제주 공공기관 육성 스타트업 가운데 선발된 5개 사(다자요·나눔에너지·네이앤컴퍼니·블루웨일컴퍼니·퀀텀솔루션)와 총상금 3000만원을 놓고 본선 무대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긱스 쇼업 심사위원장은 GS건설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종훈 대표가 맡았다. CJ그룹의 CVC CJ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총괄하는 김준식 최고투자책임자(CIO), 현대차 제로원의 이규호 책임매니저, JDC 출자 펀드 운용사인 더웰스인베스트먼트의 김우겸 전무, 사모펀드 운용사인 뉴레이크얼라이언스의 방기현 부사장이 심사위원단으로 참여했다.
심사 방식은 긱스 쇼업이 100억원의 벤처펀드를 만든다고 가정하고, 심사위원별로 성장성, 수익성, 오픈이노베이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투자금을 배분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순서로 본선 무대에 오를 기업을 선정했다.
가상인간 대중화 이끄는 클레온
△기업 고객 겨냥 클론·클링 서비스 확대
△진승혁 대표, "세계 Top 5 영상 생성 기업 목표"
클레온은 사진 한 장과 30초의 음성 데이터만으로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는 ‘클론’ 서비스를 운영한다. 클레온이 가진 ‘딥휴먼’ 기술을 통해서다. 딥페이크가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개념이라면, 딥휴먼은 얼굴과 목소리, 억양, 체형, 자세까지도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현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진승혁 대표는 "클론 솔루션은 400만원으로 짧으면 몇 분 내에 가상 인간을 생성할 수 있어 서비스 기업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마인즈랩 딥브레인AI 등 경쟁사 대비 제작 기간이 압도적으로 짧고 비용도 낮아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긱스 쇼업 심사단의 관심사는 클레온의 자동 더빙 솔루션 ‘클링’의 시장성이다. 국가별 성우가 필요 없어 더빙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영화뿐만 아니라 교육 드라마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진 대표의 설명이다.
클레온은 글로벌 Top 5 영상 생성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미국 본사 이전과 글로벌 지사 20곳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클레온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2개의 혁신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을 전공한 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클레온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 A 단계 투자금을 유치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포엔
△제주 Route 330 입주기업, '아기유니콘' 선정
△16년간 현대차 엔지니어 근무한 최성진 대표
전기차 배터리 재제조·재사용 스타트업 포엔은 현대차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폐기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배터리 잔존가치를 평가하고, 사용 후 배터리를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포엔은 지난달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리퍼비시 배터리를 신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엔은 JDC가 후원하는 Route330 미래 모빌리티 분야 입주기업으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긱스 쇼업 심사단은 향후 배터리 인증검사 솔루션 시장을 개척하고 얼마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창업자인 최성진 대표는 현대차 연구소에서 16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20년 7월 사내벤처에서 분사했다. 포엔은 현대기아차, 슈미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지난해 73억원을 투자받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내 위치추적, 아이핀랩스
△건설사 병원 공장 등 기업 현장에서 사용
△대학교수 유재현 대표
딥러닝 기반내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발한 아이핀랩스도 긱스 쇼업 무대에 선다. 실내에선 GPS 신호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아이핀랩스의 위치추적 서비스는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다면 실내에서 저전력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비컨 기술에 비해 초기 도입 비용이 필요 없으며 API 방식으로 휴대폰 탑재가 가능하다는 게 차별점으로 꼽힌다.
유재현 대표는 "건설 현장, 병원, 공장 등에서 수요가 있다"며 "개인용(B2C)을 생각하면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B2B SaaS) 형태로 대기업과 협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핀랩스는 교수 창업 회사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자율로봇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재현 대표는 성신여대 AI융합학부의 전임교수다. 아이핀랩스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 한솔홀딩스 등으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았다.
바퀴로 승부 보는 배달 로봇 스타트업 모빈
△분사 앞둔 현대차 사내벤처팀
△바퀴형 모빌리티에 꽂힌 최진 대표
모빈은 바퀴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빌리티 기술을 적용한 배달 로봇을 구현한 현대차 사내벤처팀이다. 현재 초기 투자 유치 단계로 12월 분사를 앞두고 있다.
팀 리더인 최진 대표는 대학생 때문에 '바퀴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는 기술'에 꽂혔다. 현대차 입사 후 동기들과 사내벤처팀을 만들어 실제 계단이나 보도블록 비탈길도 주행 가능한 효율적인 바퀴형 배달 로봇을 구현해냈다. 최 대표는 "사람이 없이도 물건을 받을 수 있는 D2D 배달이 가능하다"며 "로봇 구조가 간단해 합리적인 로봇 가격으로 저렴한 배달비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용성을 고민한 디자인이 반영됐다. 최 대표는 "야외 배달 로봇의 경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질문하면 대답하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모빈은 국토교통부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돼 ISO13482 안전성 평가를 완료했다. 내년 1분기 BGF리테일의 CU와 사업화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와인 금고 플래그십 매장 문 연 블링커스
△와인 NFT 거래플랫폼 '뱅크오브와인' 운영
△소믈리에 자격증 보유한 박상욱 대표
세계 최초의 와인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플랫폼 '뱅크오브와인'을 운영하는 블링커스도 긱스 쇼업 본선 무대에 오른다. 뱅크오브와인은 판매 가치가 높은 와인을 투자목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와인투자 거래소이자, NFT를 통해 와인에 대한 소유와 경험을 인증하는 경험(UX)을 제공한다. 와인을 단순히 주류가 아닌 투자재의 관점으로 접근해, 고급 와인 애호가와 NFT 수집가를 연결하고 있다.
블링커스는 NFT 플랫폼이 주요 사업모델이지만 메타버스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회사는 옹기그룹과 협력해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뱅크오브와인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 블링커스는 이곳에서 와인 소매 판매, 와인 금고 보관 구독료 등으로 약 3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예상한다.
창업자인 박상욱 대표는 UNIST 경영학과와 KAIST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해 영국 국제공인 소믈리에 자격증도 획득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KB뉴딜혁신펀드,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1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허란/고은이/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