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1년 전부터 줄기차게 밀고 있는 광고 시리즈다. 이 회사는 여장 남성(드래그 아티스트·사진), 트랜스젠더 유튜버, 비키니를 입은 플러스사이즈 모델 등을 내세워 이렇게 말한다. “러시앤캐시가 좀 그래? 돈 있으면 안 쓰겠지.” “안 창피하냐고? 남한테 손 벌리는 게 더 창피한데?” “내가 불쌍해? 남 걱정하지 말고 네 인생 살지?”….
눈길 끄는 효과는 확실했으니 잘 만든 광고 같으면서도 현란한 영상으로 Z세대의 경계심을 무장 해제하려는 속내가 엿보여 불편하기도 하다. 사실 러시앤캐시는 2년 뒤 문을 닫을 회사다. 모회사인 OK금융그룹이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10년 내 대부업 철수’를 금융당국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신규 대출도 이미 많이 줄였다.
선을 넘은 과열 영업은 자충수가 됐다. 정부는 2007년 지상파 방송에서 대부업 광고를 금지했고, 2015년부터는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업체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게 해 통제를 강화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이어졌다. 연 49%, 44%, 39%, 34.9%, 27.9%, 24%로 차례차례 낮아졌고 지난해 더 내려와 연 20%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부터 나가떨어지면서 한동안 선두권 업체들은 오히려 이득을 봤다. 하지만 최고금리가 연 20%대에 접어들자 “우리도 못 버티겠다”는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부업체 수는 8650개로 전성기의 절반에 못 미친다.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인 와중에 시장금리가 치솟자 대부업체들은 문턱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위험한 신용대출보다 안전한 담보대출을 더 많이 내준다. 이 업계를 멀리하던 당국의 접근법도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우수 대부업체에 은행 대출을 허용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줬고 “서민 대출에 역할을 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 업체들은 최고금리 현실화가 정공법이라고 호소하지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어느 공무원과 국회의원이 금리 올리는 정책을 들고나올 수 있나. 대부업계가 쌓은 ‘업보’, 정책 입안자들의 ‘과속’. 이 두 가지가 더해져 엉망이 된 저신용자 대출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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