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에너지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며 7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팬데믹,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공동 대응하고 이른 시일 안에 상호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은 지역 평화 수호와 세계 번영 촉진에 중대 책임이 있다”며 윤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했다. 시 주석은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 협력도 중요 의제로 논의됐다. 양국 정상은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타결에도 공감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비스·투자 부문의 FTA 2단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여태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이것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중 간 거미줄처럼 얽힌 경제구조를 고려해 ‘공동 이익’이라는 키워드를 꺼낸 것이다.
양국 정상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정상 간 상호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나갈 것”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최근 이태원 압사 참사에 애도를 표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도 방중을 요청했다.
한·중 정상회담 성사 배경에는 자유·인권 중심의 가치외교를 표방하면서도 중국 입장을 배려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아세안 중심성’을 지지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한국이 미국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아세안 문제에서 그런 것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장이 된 상황에서 우리가 아세안의 중립을 지지한 것은 중국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발리=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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